[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지난 글에 이어서)
에필로그
돈보다는 명예를 좇아
최근 아내와의 전주 여행에서 시장 한편에 앉아 계시던 사주풀이 노인이 내게 조용히 한마디를 건네셨다. 이 짧은 한마디가 묘하게도 마음에 남았다.
내가 지금껏 좇아온 것이 정말 ‘수단으로써의 돈’이었는지, 아니면 점점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경제적 자립을 향한 여정은 어쩌면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성을 정직하게 마주 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그려나가고 싶은 삶이 어떤 모습일지, 그걸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를 연습해 나가려 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르다. 어떤 이는 안정, 어떤 이는 명예, 또 다른 누군가는 성취나 성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 마음이 가장 간절하게 바랐건 건 자유였다.
자유
내 삶의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이 길을 아내와 함께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어떻게 내 삶을 잘 살 수 있을까?'
책에도, 유튜브에서도 내 질문의 답은 나와있지 않았다. 다만 나는 정확한 내 위치를 정의하지 못한 채 일단 내 앞에 쌓인 미션 하나하나를 해결해 왔다.
2017년 내 명의의 첫 집을 구매한 뒤 저축만을 열심히 했던 긴 시간이 있었다. 2022년 신혼집을 구하며 첫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고, 2023년 우리 부부는 임장을 다니며 마련한 두 번째 집을 구매했다. 이와 함께 동반 이직을 하며 근로소득도 높일 수 있었다.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현금흐름 만들기에 열중해 온 시간이 있었다.
순자산 1억을 모았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억이 안 날만큼 돈에 대해 둔감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순자산 10억을 모았을 때에는 기쁨이 컸다. 내가 고민하고 다시 점검하며 세웠던 계획을 매년 추진해 오며 복리의 힘을 새삼스레 깨달았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실패도 있었다. 결혼 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틈틈이 모아 왔던 용돈으로 투자했던 가상화폐는 결혼준비로 정신없던 시기에 휴지조각이 되어 있었다.
두려움도 있었다. 올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며 마련한 투자금으로 현금흐름을 더욱 크게 확대할 다짐이었건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급락장에 겁이 나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의 내 감정과 결정은 또렷이 남아 있다. 그것들이 분명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삼았던 2028년까지 딱 절반의 시간을 지나왔다. 시간으로 보자면 50%, 자산 목표만큼은 어느덧 8부 능선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달리기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8부 능선에서 얼마나 많은 유혹과 고난이 있던가. 그 과정을 즐기며 목표를 잊지 않고 달려 나가다 보면 목표점 또한 그 과정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남은 시간 역시 지금까지처럼 우리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믿음으로 그렇게 여기며 아내와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리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과거의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확신할 수 있게 되자,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선택들에 대해서도 더욱 신뢰를 갖고 이야기하고 있다. 투자나 자산 관리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고 어쩌면 앞으로도 빙빙 돌아 원했던 지점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2025년 현재의 나는 현금흐름 창출에 집중하고 있고, 2026년에는 법인 설립을 준비하며 보다 안정적인 구조 안에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기록하고, 나누기 위한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도 많다. 다만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경제적 자립은 결국, 삶을 내 의지로 조율할 수 있는 전제조건에 가깝다. 그리고 그 능력은 어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 오늘의 질문, 내일의 습관 안에 숨어 있다.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돌아가더라도 우리답게
이 글을 매주 수요일마다 기다려준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다. 내 이야기가 아주 특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삶과 어딘가 닮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당신이 지금 어떤 자리에서 이 글을 읽고 있든, 시작이 늦었다고 느껴도, 지금의 상황이 미약해 보여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걷고 있고 그 속도만큼 점점 바라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묵묵히 과정을 즐기며 나아가기로.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