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지난 편에 이어서)
2024년에 접어들며, 나는 보다 '경제적 자립'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부를 좀 더 하기 시작했다.
자산의 파이를 늘리는 것과는, 현금흐름을 늘려 나가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지난번 이야기에서 다룬 것처럼 우리 부부의 필요 생활비를 합의(?)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생활비는 크게 월별, 연별로 발생하는 항목들이 달랐다. 과거 우리의 사용 내역을 추적하며 항목별 필요예산을 책정했다. 항목별 예산은 보수적으로 잡기보다,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비용을 산정했다.
[우리 부부의 생활비 항목]
- 외식비
- 국내여행비
- 해외여행비 (연 1회)
- 주유/교통비
- 장보기(실생활비)
- 쇼핑(의류 등)
- 미용/건강
- 자기 계발(요가, 책 구입 등)
- 개인용돈
- 주거비(관리비 포함)
- 보험/세금(건강보험, 실비보험, 재산세, 국민연금)
- 부모님 용돈(명절, 생신)
- 기타 경조사
- 기부금
경제적 자립 시 필요 생활비가 도출이 되었다면, 기본적인 경제적 자립 세계관(?)에 대한 명확한 전제가 필요했다. 우선 숨만 쉬어도 화폐가치는 조금씩 줄어드는 '물가'에 대해서 정리했다. 경제적 자립 이후에도 우리의 주요 경제적 자산은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할 것이기에 한국 물가로 계산했다.
전제 1. 연평균 물가상승률 = 3%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과거 20년 간 연평균 2.38%, 10년 간 1.85% 수준이었다. 보조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과거 20년 연평균 2.5%, 10년 연평균 2.2% 수준이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2.5% 수준으로 잡으려 했으나, 우리나라 대비 주요 선진국 화폐 가치가 상향 평가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조금 더 보수적으로 3.0%로 수준으로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잡았다.
전제 2. 현금흐름 = 배당금 + 아파트 월세
다음은 순자산과 현금흐름에 대한 구체적인 전제가 필요했다. 2028년 경제적 자립 이전까지는 아파트 자산을 현 기준으로 유지하고, 근로소득은 미국 배당 ETF에 중점 투자해 현금흐름 비중을 점차 늘리는 방식이었다.
미국 ETF에 투자하려면 '어디에'와 ‘어떻게’에 대한 대답이 구체적으로 필요했다.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는 각자의 선택과 성향에 따라 다양하지만,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즉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구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세팅은 앞선 선배님들(?)에 의해 이미 틀이 잡혀 있었다.
증권사에서 구성한 세부적인 계좌는 다음과 같다. 계좌 작성 순서는 혜택에 따른 납입 우선순위 기준이다.
(1) 연금저축펀드 1(과세혜택용) : 연 납입한도 600만 원
연금성 자산은 연금저축펀드에 우선 해당 납입금액까지 매년 넣는다. 나의 경우 한화손해보험(연금저축보험)에 수년간 납입한 돈을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했다. ‘보험’이 더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수수료는 높고, 운용 선택의 폭은 좁다. 펀드로 전환하면 훨씬 낮은 수수료로 ETF나 다양한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수익률 관리가 가능해진다. 연간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땐 세율이 3.3~5.5% 수준으로 매우 낮다. 장기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기본 계좌다.
(2) 개인형 IRP : 연 납입한도 300만 원
연금저축펀드와 IRP를 함께 활용하면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P는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운용이 가능하며, 퇴직 후에는 연금 수령 용도로도 전환이 되기 때문에 ‘보조 연금’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중도 인출 제한이 있는 점 그리고 주식 투자 비중 70% / 이외 안전자산(채권 등) 30% 로 제한이 걸려 있다. 그렇기에 연금성 자산 2순위.
(3) ISA : 연 납입한도 2000만 원
예금, 펀드, ETF,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통합해서 운용할 수 있고, 비과세 혜택이 크다. 특히 3년 만기 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최대 200만 원까지는 전액 비과세,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9.9% 분리과세만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확 줄어든다. 3년 주기로 인출이 자유롭기에 경제적 자립을 위한 현금흐름에서 필수계좌다.
(4) 연금저축펀드 2(과세비혜택용) : 연 납입한도 600만 원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연금저축펀드에 나머지 납입한도인 600만 원까지 납입을 더 하면 운용 수익 자체에 대한 과세가 이연 된다. 무엇보다 상시에 인출해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당 현금흐름을 만들 때 꼭 필요한 계좌이기도 하다. 다만 관리를 위해 연저펀 계좌를 이렇게 둘로 나누어 놓는 게 편리하다.
(5) 직접 투자용 계좌 : 연 납입한도 제한 없음
내가 원하는 만큼 투자할 수 있고, 환율이 우호적일 땐 환차익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위의 계좌들과 달리 절세 및 과세이연효과가 없기에 과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6) CMA(RP) : 연 납입한도 제한 없음
다른 계좌를 통한 투자를 하기 전이나, 연 생활비 보관 용도의 계좌다. 연 3% 수준의 이율을 현재 제공한다.
전제 3. 연평균 순자산 상승률 = 7.5%
지난 3년 간 우리 부부의 연평균 순자산 상승률은 25% 수준이었다. 다만 이러한 높은 상승률은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과 더불어 우리의 이직으로 인한 근로소득 향상에 의존한 것이 컸다.
향후 경제적 자립 이후 우리 부부의 순자산 평균 상승률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미래 순자산의 양 축인 아파트와 미국 지수의 과거 평균 상승률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아파트의 과거 가격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가격 상승률은 과거 30년 간 4.8%였다. 20년 간은 3.9%, 10년 간은 4.5%였다. 과거 10년간 경기도 아파트는 6.7%, 강남구 소재 아파트는 8.4%, 대한민국에서 가격 총합이 많은 50개 단지 지표인 '선도 50 아파트'는 무려 9.9%에 달했다. 아내의 강북 아파트는 7.3%, 나의 인덕원 아파트는 8.5% 수준이었다. 아파트를 거주용이 아닌, 투자용으로 보유한 상황이라면 전세가율 50%로 일괄 적용해 보면 과거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다음으로 점차 늘릴 순자산인 미국 ETF는 대표지수인 S&P500 지수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배당금을 제외한 S&P500 지수의 과거 30년 간 연평균 상승률은 8.7%, 20년 간 8.3%, 10년 간 11.1% 였다. 성장주인 QQQ(나스닥 100 추종 ETF)는 배당금을 재투자할 경우 연평균 17.0%, 재투자 안 할 경우 16.0%였으며, 배당성장주인 SCHD는 배당금 재투자 시 10.5%, 배당금 재투자 안 할 경우 6.7% 수준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 부부의 각 자산 포트폴리오에 10년 간 투자를 할 경우, 기존 순자산 증가율, 아파트 수익률, 주요 ETF 주가 상승률을 가장 보수적으로 적용했을 때 8~9% 수준이었다. 이는 아파트 장기 보유에 따른 양도세 감면과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것을 전제했다.
전제 4. 경제적 자립 목표 시점 = 2028년 상반기
기본적인 세팅이 되었다면,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시점이 가시화된다. 원래 내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했지만, 생활비 내역에 대한 아내와의 협상(?) 끝에 조금 더 여유 있는 자산을 마련한 뒤 은퇴할 수 있는 2028년 상반기를 목표 시점으로 했다.
경제적 자립과 현금흐름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되자 아내와 나는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단 3년 간 회사의 직장인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보자는 마음이 커졌다.
아내는 그간 정리해 온 업무지식을 바탕으로 전자책을 발간했다. 아내의 전자책 발간은 예상외로 소소함 이상의 월 현금흐름을 만들어 주었다. 나 또한 이러한 아내의 활동에 자극이 되어 홍보 가이드북 전자책을 발간했으나,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리의 현재를 기록해 나가기 위해 유튜브를 조금 더 잦은 주기로 제작했다. 이 시기의 다양한 우리 일상을 기록해 놓아야 경제적 자립 이후 이 시기를 더 추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부담이 줄어드니 영상 제작에도 속도가 붙었다.
나는 회사에서 근로자대표를 맡아 다양한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회사 내에서 늘 같은 부서 직원들과의 일상으로 채우기에는 남은 3년은 너무니 짧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기적인 해외출장 기회를 비롯해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2024년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목표가 우리 부부의 삶에 구체적으로 새겨진 한 해였다.
연말을 맞이하며 나와 아내는 현금흐름 창출에 조금 더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시리즈는 매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