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띠링'
이 문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종은 청명한 소리를 내며 나를 반긴다.
살면서 처음 방문한 '정신병원'. 아니 이제 '정신건강의학과'. 어감을 의식한 것인 지 많이 순화된 느낌이다.
다만, 방문을 위해 병원 건물에 도착해 간판을 봤을 때부터 이미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발가벗겨진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저 사람 정신병원 들어가나 봐'
'어디 많이 안 좋은가? 위험한 사람인가?'
물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인에게 '정신건강의학과'는 이제 더 이상 기피대상인 느낌이 많이 줄었으니까. 특히 내가 출퇴근하고 있는 판교에서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래도 아직은 "나 정신병원 다녀"라고 쉽게 말할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말하는 순간 나에게 씌워지는 틀 같은 걸 막을 수 없으니까.
건물에 들어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각 층별 입점해 있는 사업체들을 훑어본다.
10층. OO정신건강의학과. 한 층을 혼자 쓰고 있네라고 생각한다. 순간 다른 층에 입점해 있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온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6층을 누른다. 나는 10층. 해당 층에는 정신건강의학과 1개와 폐업해 있는 사업체로 보이는 1개. 10층을 누르려는 나의 손이 순간 멈칫했지만 그래도 누른다. 나는 아직 확정된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선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그 순간 목에 사원증을 걸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급히 사원증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 다니는 직원이 직장 괴롭힘으로 인해 힘들어서 온 걸까'라고 생각할까? '게임 업계 다니는 사람들 매일 야근해서 정신과 진짜 많이 다닌다는데 사실이었구나'라고 생각할까? 쓸데없는 생각을 계속 이어갈 무렵 6층에 도착해 그들은 내린다.
'내릴 때 비웃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은 타이밍이지만, 사실 전혀 그런 건 들리지 않았다. 만약 내가 조현병으로 방문하였으면 그런 게 들리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뿐.
엘리베이터에는 이제 나 혼자. 알게 모르게 편해진 마음으로 10층에 도착한다. 다시 처음.
'띠링'
이 문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종은 청명한 소리를 내며 나를 반긴다.
그리고 카운터 앞으로,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아, 네.. 그 성인 ADHD 검사 한번 받아보려고 왔는데요"
그날, 나이 30. 평범(?)하게 살아온 내 인생 중 처음으로 나를 마주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