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전화를 받는다.

부모와 자식 사이, 말하지 못한 감정들

by 이츠미

하루에 한 번, 엄마와 통화를 한다.
형식적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밥은 먹었는지, 몸은 괜찮은지 묻는 짧은 안부가 오간다.


엄마에 대한 내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
어릴 적에는 원망이 더 컸고,
지금은 안쓰러움이 더 크게 남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는
내가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이 마음을 엄마에게도,
심지어 친언니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통화를 하면 대부분 엄마가 이야기를 한다.
나는 듣는 쪽에 가깝다.
아픈 이야기, 사소한 일상,
그리고 가끔은 서운한 마음까지.
언니는 바쁜 탓인지
엄마 전화를 자주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서운함은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흘러온다.


어제는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빠에게도 가끔 전화를 드리라는 내용이었다.
아빠가 우리 형제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서운함이 엄마에게 갔고,
엄마는 다시 우리에게 전했다.
문자를 읽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이런 걸 요구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리가 어릴 때,
그리고 스무 살 무렵까지도
아빠에게서 따뜻한 말을 들은 기억은 많지 않은데
이제 와서 왜 자식의 역할을 말하는 걸까.
그 생각이 스쳤다.


나는 매일 한 번의 전화를 한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감정을 받아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요구가 더해지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부모를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과거의 마음을 완전히 지우지도 못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안쓰럽고,
어떤 날은 억울하다.
그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균형을 잡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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