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인의 감정에 흔들리는 나를 바라보다

마음이 흔들린 날, 나를 이해하려고 쓴 기록

by 이츠미

소소한 감정에 아직도 휘둘린다.

누군가 화를 내면 나도 똑같이 화가 난다. 그런데 그 사람이 금세 사과를 하면, 내 화도 금세 풀린다. 이런 감정, 괜찮은 걸까?


나도 나름의 강단이 있고, 내 주관이 있다고 믿어왔다.

내 감정이 먼저 소중해야 하는데도, 왜 자꾸 다른 사람의 감정부터 살피고 흔들리는 걸까.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문제로 속상하고 슬퍼질 때가 많다.


오늘 오후 2시 50분,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랫집에서 ‘아이가 뛰는 소리가 난다’며 연락이 왔다고 했다.

잠자는 시간도 아니고, 그저 아이가 물건을 가지러 달려가던 순간이었을 뿐인데 바로 연락이 온 것이다.

전화를 내가 받지 않고 남편이 받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은 이미 뒤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걸까?’


아랫집에서 연락이 온 게 불편했던 걸까.

남편이 대처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아이가 뛰었다는 사실이 무거워졌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아이가 뛰지 않도록 조용히 주의를 주면 금방 끝날 일이었는데,

나는 왜 남편에게 날카롭게 말하고, 아이에게도 짜증을 냈을까.


남편 때문일까?

아이 때문일까?

아랫집 때문일까?


찬찬히 들여다보니, 사실은 그 누구 때문도 아니었다.

정말 화가 난 건 그 상황을 쿨하게 넘기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 앞에서 쉽게 흔들리는 내 마음이었다.


내 기준대로 단단히 서고 싶었는데,

작은 파동에도 흔들리는 나를 보며 또다시 화가 났던 것이다.

결국 가장 속상했던 건,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오늘의 작은 사건이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이 또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겠지.

나는 여전히 성장하는 중이고, 감정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8화시댁과 나 사이에서 오래 걸린 배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