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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를 아시나요?

자부,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말

by 이츠미

“언니, 언제 자부할 수 있어요?”
“자부? 그게 뭐야?”

자부란 '자유부인’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퇴근한 아빠에게 맡겨 놓거나, 재워놓고 나온 뒤 엄마들끼리 술 한잔 하며 보내는 시간을 뜻한다고 했다.


전업맘으로 지내면서, 캠핑이나 가끔 신랑과 집에서 맥주 한잔 정도를 제외하면 술자리를 거의 즐기지 않았던 나는, 자부라는 용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졌다.

가을이 오려고 하는지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날, 술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술자리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나는 마음이 맞는 엄마들과 자부 약속을 했다.

집 근처에서 만났는데, 얼마만의 밤마실인지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어 신세계라도 발견한 듯 두리번거렸다.


이를 본 동생들은 웃으며 말했다.
“언니도 아이들한테만 얽매이지 말고, 가끔은 콧바람도 쐬야 해.”
그 핀잔마저, 오랜만에 느껴보는 밤의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들렸다.

적당히 분위기가 좋고, 음식도 맛있어 보이는 가게를 골라 들어갔다.


퇴근 후 가볍게 들른 사람들, 우리처럼 ‘자부’하러 온 사람들, 또 모임을 가진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네 선술집처럼 소박하면서도 고즈넉한 온기가 느껴졌다. 첫 잔으로 마신 맥주가 달게 느껴졌다.

술 한잔 기울이며 나눈 소소한 일상 이야기는 별것 아닌데도 자꾸만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한 잔, 두 잔 기울일수록 취기도 올라오고,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며 웃고 떠드는 동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다.
‘이런 시간도 필요했구나’ 하고 혼잣말을 하며 걸었다.


아이들 곁에서만 있던 내가 아닌, 잠시 자유로운 나로 존재할 수 있었던 밤.
다음 자부의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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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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