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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에게 말을 걸다.

불안과 공존하며 배우는 삶의 의미

by 이츠미

인사이드 아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보았는데, 사실 어른인 내가 더 흥미진진하게 빠져들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감정이 있고, 그 모든 감정이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기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슬픔, 분노, 두려움, 까칠함, 불안함까지도 우리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여러 육아서를 읽으며, 다양한 감정을 인정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 내 감정을 조금만 더 알아주고, 조금만 더 인정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결국 이 영화는 아이와 함께 본 작품이었지만, 나 스스로의 어린 마음을 위로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내 삶은 늘 불안의 연속이었다.

정확히 무엇이 불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 낯선 공간이나 낯선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 긴장이 되어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말하곤 했다.


중학교 시절 발표를 앞두고는 전날 밤 긴장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학년학년 올라가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늘 큰 숙제였다. 대학교 때는 발표수업이 너무 힘들어서 교직이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부끄러움이 많고 말이 적었던 나는, 학창 시절 좋은 추억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 지금도 아쉽게 남아 있다.


그렇다면 불안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타고난 기질 때문일까, 아니면 자라온 환경의 영향일까. 사춘기 시절의 나는, 이런 불안한 마음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짚어 보며 나 자신을 완전히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차마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삼키며 앓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안은 결코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섬세하게 바라보게 하고 타인의 마음까지도 헤아리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여전히 불안은 때때로 찾아오지만, 이제는 그것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

과거의 나에게는 그 시절의 아픔조차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조각임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는 불안보다 용기를, 두려움보다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을 조금 더 키워가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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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