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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게 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된 날

참는 삶에서 나를 찾다

by 이츠미

돌아보면, 나는 오랫동안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
그것이 성숙이고 어른스러움이라 믿었다.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까지. 힘들어도 참고, 억울해도 삼키며, 때로는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드러내는 대신, 언제나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었고, 내 생각은 뒤로 숨겨두었다. 그게 관계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40대가 되어 알게 되었다.

참는 것만으로는 나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오히려 끝없이 참기만 하면, 상대는 내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고, 나조차도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나는 늘 “미안하지만”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렇게 저자세로 다가가면 상대방은 나를 무시하는 듯했고,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작은 상처들이 쌓여갔다. 그런데 단호하게 내 입장을 말했을 때는 오히려 상대방이 더 성심껏 다가오곤 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 생각을 명확히 전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에도 건강한 힘을 준다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크게 감사하다.
이제는 불편한 것에 “아니라”라고 말할 수 있고, 나답지 않은 관계 속에서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이 때로는 더 큰 용기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참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나를 지키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늦게 배우는 것들의 연속이다.
비록 더디고 서툴렀지만, 지금의 나는 어제보다 단단하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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