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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연습

천천히 나를 위한 시간

by 이츠미

온종일 나 자신만을 위해 오롯이 시간을 써본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뒤로는 언제나 나보다 아이, 남편, 가족이 먼저였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바라지 않는데도, ‘가족 일에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 우리네 엄마들처럼, 어떻게 보면 아직 젊은 나인데도 그런 마음이 당연한 듯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아이 학원 픽업을 마치고 밤 10시에 들어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훌쩍 넘는다. 아이는 “엄마 먼저 자”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이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오래된 습관 때문인지 모르겠다.

딸아이는 이제 훌쩍 자라 스스로 잘 해내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곁을 지키고 싶다.


딸아이가 3일 동안 학교 수련회를 갔다.
그동안은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학원 픽업도 하지 않아도 된다.
분명 나에게 자유시간(?)이 생긴 건데…

왜 이렇게 마음이 편치 않은 걸까.



참... 나는 바보다.

아마도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써본 적이 거의 없어서인지, 막상 주어진 시간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도 써지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나를 돌아보니, 나는 늘 가족의 하루를 챙기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정작 나 자신의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는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없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는 나는, 아마 오래도록 가족에게 기대어 살아왔던 걸까.


스스로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법을 모르고, 나를 돌보는 마음조차 미뤄두며 살아왔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니 알겠다.
나는 아직도 나를 돌보는 연습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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