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어기는 놈, 고자질 하는 놈, 방관하는 놈
교실에 있는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보면, 누구 하나 똑같은 아이들이 없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반나절을 같이 지내니, 사건 사고가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요즘 나는 학교의 인간 군상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눠 보게 된다.
먼저, 규칙을 어기는 놈.
핸드폰을 내지 않거나, 교복을 입지 않거나, 다른 반에 출입을 한다거나, 담을 넘는다거나, 담배를 피운다거나...
보통은 한 반에 두어 명, 많게는 서너 명이 걸리고, 그 애들이 걸리고 또 걸리고 또 걸린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이런 아이들을 끊임없이 고자질하는 놈들이 있다.
이 고자질하는 놈들은 대게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먼저 걸리는 놈들이 '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고자질한다.
"쌤 쟤도 사복이에요!!!"
"쌤 다른 반 oo이가 저희 반에 들어왔는데 불러올까요?" 등등
그런 제보를 받으면 '너나 잘하세요.' 혹은 '알고 싶지 않거든?'이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오지만, 조사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당연한 가치지만 사회에서는 절대 지켜지지 않는 공평함, 형평성이 중요한 나이인 것 같다.
반대로 반에서 조용한 관찰자처럼 보이지만, 불합리한 걸 참지 않는 놈들이 고자질하는 또 다른 분류의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은 조용히 나에게 접선을 해온다.
시끄러운 아이들이 "쌤 oo이가 다른 반에 들어갔어요!!"라고 이를 때, 이런 아이들은 조용히 내 뒤로 와서 소근 거린다. '쌤 oo이 뿐만이 아니라, oo, oo, oo 이도 들어갔어요....'라고...
(당황)"아 그.. 그래, 고마워 알려줘서."라고 답은 하지만, 저경력 교사인 나는 이걸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그 말을 듣고 바로 해당 아이들을 불러 혼내자니 그들의 관계가 걱정이 되고, 어떻게 익명의 제보자들을 보호하면서 에둘러 지도를 해야 할지. 덕분에 쉬는 시간마다 애들 불러다가 지도해야 하는 날은 차라리 안 들은 귀를 하고 싶기도...
마지막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방관하는 놈들. 혼나야 하는 일이고, 규칙을 어긴 것도 알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혹은 내 일이 아니니까,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지켜만 보는 대다수의 아이들. 관찰자 내지는 방관자들.
처음 임용됐을 때에는 학교에서 내가 해야 할 최우선의 일이 내 교과를 잘 가르치고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생활 지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과연 교과 지식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집에 와서 까지 고민되고 골머리를 앓게 되는 것들은 반 아이들의 관계, 생활 지도 문제들이다 보니 더더욱 내 교과 연구는 뒷전이 된다.
수업 중 아이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이게 권력이야. 원래 인생이 그래”라고 말하곤 했지만, 나도 안다.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우는 건 지식이 아니라, 불공평함과 체념,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지는 법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든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 실체를 최대한 늦게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는 쓰고 있어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