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 올리는 나의 변명

저, 교사도 오래 못하겠는데요?

by 뚜비뚜바

아이의 진단서를 받고 휴직을 시작하며,

‘아, 경력도 없는 상태로 이렇게 기약 없이 휴직을 하고 나면 내 나이가 몇일까?’

‘아직 적응도 안 된 이 일을 이렇게 두고 가면, 내가 다시 돌아와서 적응은 할 수 있을까?’ 라며 걱정을 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낳은, 나의 온전한 책임인 이 아이가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나마 편해지고 잘 자랄 수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할 때였다. 이 아이의 예후에 우리 가족의 운명이 달렸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나를 절망스럽게, 한편으론 너무 절박하게 만들었다.


어떤 한 종교를 진득하게 가져본 적이 없는 나는 그즈음엔 열심히 기도도 했다. 일출을 보면서도 일몰을 보면서, 바다를 보면서도 애타게 빌었다.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 제발 우리 아이를 도와주세요. 아이가 좋아져서 제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제가 신께 받은 자비를 학교가 힘든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다시 돌려줄게요.’




‘그런데요, 신은 아셨던 걸까요? 제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요....(털썩)’


지금부터는 변명을 좀 하려 해요.



새 학기 둘째 날, 반 아이 하나가 다른 반 아이를 구타해서 교무실에 끌려온 그날부터, 이 고된 복직의 여정은 하루하루 저를 시험에 들게 해요. 저 아이에게 어떻게 단호하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건달이세요?’인데 말이죠.


실외화는 벗어야 하고, 교복은 제대로 입어야 하는 간단한 규칙도 끊임없이 일관되게 가르쳐야 하고, 시험문제는 민원 없이 적당히 어렵고, 수업은 진도도 맞춰야 하고, 아이들도 고루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그냥 한 가지만 잘하면 안 되나요? 실은 잘하고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의문이에요.


그 와중에 전혀 단호해 보이지 않는 저의 첫인상 덕분에 제가 개설한 동아리에는 전교에서 한가닥 하는 친구들만 신청을 했더라고요?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얼마나 아찔했는지 상상이 가실까요? 하하하하하


교사는 고도의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감정 소모가 크지 않은 분들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신께 받은 자비는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신이시여, 고백합니다. 우리의 거래를 정정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굽신굽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큰 사고 없이, 올해 이 아이들 한 학년 키워 보내는 것까지, 그게 지금의 제가 간신히 해볼 수 있는 최선 같습니다. 아멘. 나무아미타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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