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자폐스펙트럼

기적을 바랐던 시간의 끝에서, 다시 시작

by 뚜비뚜바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나름의 노력을 하셨겠지만,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이 아이는 경하지 않아요. 더 노력하시고 하나하나 다 가르치시고 많이 투자하면서 키우세요.”

자폐스펙트럼의 권위자인 교수님을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그녀는 건조한 말투로 우리 부부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특별함을 인지한 것이 4년 전. 어떤 의사를 만나야 하는지 수소문해서 예약한 것도 4년 전이었다.

‘대체 그날이 오기는 할까? 그때가 되면 우리 아이가 굳이 이 교수님을 만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대학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주변에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중 여럿은 틈날 때마다 취소 자리를 알아보며 어떻게든 예약을 앞당겨 이 교수님을 진즉 만나고 진료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직설적인 말투로 유명하다는 이 분을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고, 4년이 지나면 아이의 문제가 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예약을 취소하거나 갈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우리 아이에게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감정조절의 문제로 선생님을 곤란하게 했고, 교우 관계는 길게 유지되지 않았다. 아이가 덧셈을 하고,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과 학교 생활을 잘해나간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사회성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친구가 없다, 사교적이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고,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 나이에 맞는 사람에 대한 매너를 배워나가는 스킬이 현저히 떨어진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사회에서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해 한해 다르다 보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우리 가족에게는 전쟁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아이가 “엄마, 오늘은 나 졌지만 화내지 않았어.” “오늘은 oo 이와 사이좋게 지냈어.” 등의 말을 자랑스럽게 해주는 날이면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래도 아이 덕분에 이런 종류의 감사함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살아온 세상 밖에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우주가 있는 지를 배워가고 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