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발달센터의 단상

마음이 지옥인 어린아이의 엄마에게

by 뚜비뚜바

어느덧 우리 아이도 발달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지 5년. 이제는 ‘졸업’을 앞둔 대선배가 되었다.

만 8세의 아이가 4년 넘게, 인생의 절반을 발달센터를 다니며 컸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속도 모르고 아이는 해맑기만 하다. 같이 치료받는 친구와

"야 너 여기 몇 년 다녔어?"

"나? 3년?"

"오 난 5년인데, 내가 이겼네? 하하하"라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웃프다.




여하튼 아직도 주 2회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를 데리러 퇴근 후 급하게 집 근처 발달센터로 향한다.

그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4층을 누르는 사람들은 발달센터의 치료사, 부모, 또는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다.


급하게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는 순간

"잠깐만요" 하며 4-5살 정도 되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지쳐 보이는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니나 다를까 4층을 누르려다가 내가 이미 4층을 누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아이를 단속한다.


"아까부터 말을 왜 그렇게 해? 제대로 말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럼에도 아이는 마냥 해맑다.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내가 입은 옷의 촉감이 궁금했는지 겉옷을 살짝 만져 본다.


"야!! 다른 사람을 그렇게 만지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정말.."

"아녜요 정말 괜찮아요." 나는 바로 강조해서 답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이 엄마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엄마의 모습에서 4년 전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이의 진단이 나를 옥죄고,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까 무서워 내가 아이를 옥죄었던 하루하루였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또래 친구를 안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가 누군가를 만지려는 몸짓만 해도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가르쳤고, 넘어져서 화를 내면 아이가 아픈 것에 대한 공감이나 상태를 확인하기보다는 참으라고 외려 화를 냈다.



그때의 나는 치료 세계의 베테랑 엄마들이 치료에 갓 입문한 엄마들을 향한 당부의 글을 참 많이도 찾아 읽어봤었다. 그 글들 모두 저마다의 노하우, 애쓰고 있는 엄마들에 대한 위로가 담겨 있지만 마지막에 덧붙이는 당부의 말은 늘 비슷했다.


"아이의 예쁜 시기를 걱정만 하며 보내지 마시라. 그 시기를 충분히 즐기고 아이를 많이 예뻐해 주시라."


그때는 그냥 넘겨 읽었던 그 당부의 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모자를 보자 떠오르며 실감이 됐다.


어린아이의 엄마가 어떤 심정으로 아이에게 그랬을지, 어떤 마음일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엄마에게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훈수를 두고 싶지도 않다. 아이의 어려움이 잘못도 아닌데, 잘못인 양 주위에 사과만 하다가, 그렇게 만든 아이가 밉다가 또 한편으로는 짠하다가. 하루에도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몇 번이나 오는지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4년 전, 아이를 데리고 주 6일 유명하다는 발달센터들을 전전했던 나는 아이에 대한 기대보다는 막막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삶을 압도하는 지옥에 살고 있었다.



이제서야 그때의 그 엄마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남겼는지, 그 진심의 무게가 느껴진다.

오늘 만났던 그 엄마에게도, 그 마음이 조용히 닿기를. 어쩌면 과거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보내는 작은 응원인지도 모르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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