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뱀한테 900번 물려와

감정조절 전쟁사

by 뚜비뚜바

"엄마 난 너무 내성적이어서 걱정이지 않았어?"

"엄마가 피아노 학원 처음 혼자 보낸 날, 무서워서 밖에서 못 들어가고 서성이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해."라고 말하자, 엄마는

"야 그게 다 사회성인 것 같다. 쟤는 그런 게 없잖아."라고 우리 아이를 가리키며 속삭이신다.

치료의 시작부터 우리 부부의 고민을 같이 나눠 들어주셨던 친정 엄마도 이 분야의 반 전문가가 되셨다.


쑥스러워하는 것, 어른들, 낯선 사람을 어려워하는 것 등도 사회성이 잘 발달되어 나오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사람의 기질과 성격이 저마다 다르니, 정도와 발현되는 모습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 한정, 의사보다 더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으니, 내가 최근 들어 결론 내린 사회성의 핵심은 '감정 조절'이다. 우리 아이는 정말 감정 조절이 어렵다. 물론 어렸을 때는 감정 조절이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며 울고 보는 아이는 반에 우리 아이 밖에 없는 듯하다.


정리하자면,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불안이 현저히 높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결론: 단체 생활에서 감정 조절이 안됨.



경쟁 상황에서 질 때는 높은 확률로 울고, 어른들이 단호한 어투로 말하면 서운해서 울고, 잘하고 싶은 데 안될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운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 봤다. 감정조절 약도 먹고 있고, 양육코칭을 받으면서 관련된 상황에서 엄마로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 지도 배우고 있다. 각종 치료도 받으면서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아이에게 입력시키고 연습하게 한다.


하루아침에 고쳐질 문제가 아니란 걸 알기에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지켜보려 하지만

"에휴, 뭐 어쩔 수 없지." "엄마가 이겨버렸네. 축하해."라고 넘어가주는 날이면

'와 우리의 노력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많이 컸다.' 하며 마음을 놓았다가도,

"아이가 졌다고 오늘 친구들에게 나쁜 말을 했어요." "울었는데 쉽게 달래지지가 않더라고요." 등의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무너져 내린다.



무너져 내렸다 일어나고 그렇게 또 일어나고를 반복하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졌는데 울거나, 친구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편지를 쓰더라고요. 아 물론 ‘바보, 똥개’ 뭐 이런 말로 편지를 쓰긴 했지만요. 그래도 그게 어디예요 어머님. 아이가 이제 기분이 풀렸다고 하더라고요. 반 친구들 다 같이 빵 터졌어요.” 하신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도 아빠한테 혼나고는 편지를 써놨다.

“아빠 바보 똥개 꿀돼지. 아빠 뱀한테 독을 900번 맞고와.”

아휴, 뱀에게 물려오라니. 이 전쟁이 끝나려면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우리 모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며, 아이와 한걸음 걸어 나간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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