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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이야기 3. 행복이 성적순은 아니잖아요?

초등 편

by My Way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공교육만으로 과학고카이스트에 입학한 제 아이의 이야기이자, 사교육 정글을 무사히 통과한 승자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 글을 '영유아편'에서부터 시작했는지 아십니까?


그 이유는 영유아편 프롤로그(1편 01화 참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7세 고시'나 '4세 고시'라 불리는 사교육 광풍에 모두가 휩쓸릴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하지 않으면 뒤쳐질까 봐", "불안하니까"라는 이유로 내 아이의 기질과 성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해지고 있는 이 사교육 정글 속에서, 그저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 맞춤으로 교육해도 충분히 제 아이처럼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영유아편에서는 엄마의 역할, 독서, 그리고 인성을 키우는 인생 습관 등에 대해 계속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또한 제 아이가 어릴 때 경험한 방식일 뿐, 속도와 방향이 다른 모든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유아 시기와 초등 시절에 놓친 것들이 많다고 느끼시더라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제 아이가 먼저 걸어간 길을 참고하시어, 아이 맞춤형 로드맵을 만드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연재를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로부터 과분한 공감과 칭찬을 받았습니다.

저는 완벽한 엄마라기보다, 노력하는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FM 같던 제 성향이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외동이다 보니 아이에게 귀 기울이고 눈을 맞추는 것이 조금 더 수월했던 것뿐입니다. 늘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을 안고 교육해 왔기 때문에, 결과가 좋다고 해서 과정까지 미화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라이킷과 공감 댓글 덕분에 계속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가끔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답글의 한계로 충분히 답변드리지 못해 마음이 늘 불편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자리에서 적어보려 합니다. 질문은 일부 각색되었고, 제 답변은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1. 책 읽는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독서 습관을 잡아주는 방법이 있을까요?


독서습관은 어릴 때부터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영유아기에는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과 친해지고, 책을 재미있는 것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절대 억지로 읽히거나, 거부감이 느끼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면, 영유아기에 독서습관이 잡히지 않은 초등학생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경우라면, 아이의 관심사와 '책'을 연결하는 활동을 꾸준히 시도할 것 같습니다.


STEP 1. 아이의 흥미를 끌 주제의 책을 선정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이라고 하더라도, 독서습관이 아직 잡히지 않은 경우라면 글밥이 많은 책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유쾌한 이야기 책, 판타지, 미스터리 시리즈 등 아이 성향에 맞는 책을 고릅니다. 어쩌면 학습 만화도 아이의 성향에 따라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TEP 2. 혼자 읽는 습관이 들 때까지 함께 책을 읽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와 번갈아 한 줄씩 소리 내어 읽기, 가위바위보 승자가 한 페이지씩 읽기 등 놀이와 접목해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갑니다.


STEP 3. 아이에게 독서 미션을 줍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이가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미션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것 같습니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라면, 짧은 이야기책을 완독 하게 하여 성공 경험을 쌓도록 돕고, 스티커 등을 활용해 작은 보상을 주는 방법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독서나 학습 결과에 대한 보상을 선호하지 않지만, 독서 습관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책을 읽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 아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 더 집중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많이 읽기보다는 깊이 읽기를 체득하도록 이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발성 이벤트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도 독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 시절에 독서 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습관은 중고등학교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Q2. 수학을 너무 싫어합니다.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시킬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가 수학을 너무 싫어한다면, 저는 그 이유부터 살펴볼 것 같습니다.

어려워서 싫은 건지, 푸는 것이 귀찮아서 싫은 건지, 전부가 싫은 건지, 아니면 특정 분야만 싫어하는 것인지 등 아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달라, 연산이 재미있는 아이도 있고, 새롭고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 역시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라면,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 뒤, 그다음 공략 방법을 찾아볼 것 같습니다.


STEP 1. 일상생활 속 수학 활동으로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낮춥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초등학생이라면, 문제집과 씨름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 수학 활동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시계를 통해 시간 개념 익히기, 요리할 때 계량하기, 마트에서 할인 계산하기 등을 아이에게 시도해 봅니다. 그 외에도 주사위놀이, 숫자카드 보드게임, 앱을 활용한 게임이나 수학 관련 학습만화책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STEP 2. 수학에 대한 관심을 학습으로 연결시킵니다.

아이에게 수학공부를 시키려면, 흥미를 학습으로 이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만 가득한 문제집은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습니다. 저라면 교재 선택을 신중히 해서, 스토리텔링이 되는 교재, 그림이 많은 교재, 스티커나 스탬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교재 등을 활용해 진입 장벽을 낮출 것 같습니다.


STEP 3. 아이 성향에 맞게 공부 수준을 설정합니다.

아이에게 맞는 교재를 골라 흥미를 학습으로 연결했다면, 저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일 짧게라도 꾸준히 풀 수 있도록, 습관이 들 때까지 아이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감시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정답을 많이 맞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수학적 사고를 잘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등시절에는 정답보다 풀이 과정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자세에 더 초점을 두고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려고 노력하면 충분히 칭찬해 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수학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학습 습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3. 만약 공부하기 싫다고 뗑깡 부리고 드러눕는 아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제 아이도 공부가 재미있지는 않았겠지만, 공부하기 싫다고 뗑깡을 부리거나 드러누운 적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유아기 때부터 공부를 놀이처럼 접근했고, 초등시절에도 공부에 대한 강요나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런 아이였다면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저도 사람인지라, 제 갖은 노력에도 아이가 공부를 너무 하기 싫어했다면 조금은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아, 이 아이는 공부와는 연이 없겠구나.' 하고 직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일은 저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꽤 오랜 시간 현실을 부정하며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했겠죠? 그래도 결국에는 공부 외의 다른 길에서 아이의 관심사와 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랬다면, 아마 이 글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테고, 저 역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가 전부인 세상은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단순한 공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 왔고, 그래서 아이가 공교육 안에서 교육받길 원했습니다.

사교육 역시 필요하다면 받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지금과 같은 광풍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고, 자신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초등 시절에는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의 의미를 잘 깨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튼튼히 다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변의 사교육 광풍으로부터 아이를 든든하게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초등시절까지는, 아이가 공부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행복이 성적순은 아니잖아요?

부모라면 그 어떤 성적보다 아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실 거라 저는 믿습니다.




이상으로,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 2 _초등 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10월의 마지막 한 주는 잠시 쉬고,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 3 _ 중등 편'은 11월 4일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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