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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Nov 20. 2024

다시 시작된 반항

생후 34, 35개월 육아 & 놀이(교육)

지난달 잠시 소강상태였던 "기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솔직히 말해, 떼쟁이로 다시 돌아온 아이의 모습에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분명, 32개월 때만 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대로 인지 시켰다고 생각했고, 지난달에는 심지어 말 잘 듣는 아이와 평화로운 육아를 했는데... 이 모든 게 내 착각이었다니...


환절기에 꼭 걸리는 감기로 인해 아이의 컨디션이 나빠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이가 옮긴 감기로 내 컨디션마저 나빠져서 그랬는지, 하루에도 12번 이상 피우는 고집으로, 나와 실랑이를 많이 했던 시기였다. 


밥은 안 먹고 과일 같은 간식만 먹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씻지 않겠다고 화장실 문 앞에서 버텼다. 하루종일 TV나 비디오만 보겠다고 떼를 쓰는 날도 있었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달래고, 으르고, 협박도 해봤고, 어떤 날엔 무반응으로 일관해도 이 때는 별 소용이 없었다. "돼지가 된 뽀로로" 따위는 이제 겁을 먹지 않았다. 설명과 설득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32개월의 성공적인 육아를 되새겨가면서 버텨냈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은 꺾는 게 옳다고 생각했고, 이 시기를 슬기롭게 잘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아이와 나 사이에 불필요한 실랑이가 줄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규칙에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순간순간 흔들렸다. 이 과정이 아이에게 상처로 남는 건 아닌지, 아이의 입장이 아닌 어른의 시선으로 규칙을 정하고 강요하는 건 아닌 지 우려가 되었다. 


틈틈이 나타나는 아이의 반항에 설명, 설득, 협박, 무반응이 통하지 않자, 육아에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서 "육아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 당시, "3살 아이 육아", "4살 아이 육아" 같은 연령대별 육아 코치를 해주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거나, 혹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경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을 적용했다. 

예를 들면, "밥을 먹고 이를 닦지 않으면, OO이가 제일 좋아하는 토마스 기차를 오늘 하루는 볼 수 없어." 같은 방법이었는데, 계속 반복해서 일관되게 규칙을 적용했더니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다시 시작된 반항이라 아주 긴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32개월에 한 번 꺾었던 고집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육아책의 코치가 먹혀들었던 건지 횟수와 지연시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반항의 시간이 막을 내렸다. 그래도 꽤 오랜 시간 아이의 반항이 간헐적으로나마 지속되긴 했다. 그 당시 기록에 따르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직전까지, 대략 38개월까지는 아이의 반항이 가끔은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이 시기 울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 엄마한테는 안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반항을 멈춘 걸까? 아니면, "세상에는 지켜할 규칙이란 게 있구나!"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을까? 

아이가 자라면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잘한 것으로 보아, 후자였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시기는 실패한 것 같았던 문화센터 가을학기를 마무리하는 달이기도 했다. 

초반과는 달리 어느새 적응해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었는데, 겨울학기는 문화센터가 아니라 어린이집을 다니기 위한 준비를 시켜야 할 것 같아 더 이상 수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뮤직가튼 선생님께서 "음감도 있고, 리듬감도 있는, 놓치기 아까운 아이"라는 표현을 써주시며 무척 아쉬워하셨다. 

예의상 해 주신 말인 건 알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내 아이를 좋게 평가해 주시는 말인데,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그렇게 아이의 문화센터 다니기는 9개월 만에 끝이 났다.


생후 24, 25개월 한글 낱말 카드놀이를 통해 100개의 단어를 마스터한 후, 꾸준히 아는 단어 수를 늘려갔다. 생후 28, 29개월엔 한글을 구성하는 방법도 터득해 스티커놀이를 할 때, 간단한 글자를 만들 수 있기도 했다. 혼자 책을 읽는 척하거나, 짧은 동화는 통으로 외워서 우리에게 되려 책을 읽어주는 날들도 많았고, 말이 늘면서 책을 소리 내서 읽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가 혼자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우리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런데, 생후 34개월의 어느 날, 혼자 책을 읽는 걸 듣다 보니 뭔가 좀 평소와 달라 보였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봤더니, 글을 읽고 있는 거였다. 또 내 착각이려나 싶어서 어른들이 보는 다른 책을 읽어보게 시켰더니, 그 책도 읽어냈다. 진짜 어려운 단어가 아닌 이상, 받침이 있는 글자도 별 무리 없이 잘 읽었다. 

'세상에나... 한글을 이렇게 알게 될 수도 있구나...'

우리에게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몇 달 전부터 시작된 영어에 대한 관심도 계속 늘어났다. 

생후 32, 33개월까지는 관망만 했는데, 아이의 관심이 계속되자, '이 관심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영어 전공자인 막냇동생에게 요청해 1주일에 한번, 아이와 간단한 영어 놀이를 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영어 놀이는 초등학생이 되면서 영어 수업이 되었다가 중고등학생을 거쳐 대학생이 된 지금은 1주일에 한번 3~40분 정도 전화통화로 하는 영어회화수업이 되었다. 울 아들은 막내이모 덕분에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내신영어며 토익, 회화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면서 집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꺼내 스스로 다시 읽어보는 것 같더니, "우리 집에는 이제 재미있는 책이 하나도 없어요."라고 했다.

마트에 가면 서점에 꼭 들렀고, 서점에 가면 책 한 권을 꼭 사달라고 하긴 했어도, 이렇게 책이 부족하다고 한 적은 처음이라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인터넷에서 함께 골라 주문을 했다. 

신기하고 대견한 순간들이었다. 


어른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따라 했고, 바람개비 불기 놀이를 좋아했다. 이 시기에도 여전히 "토마스 기차"를 사랑해서 35개월에 맞은 추석 때는 토마스 기차 장난감 선물을 잔뜩 받았다. 물감놀이도 즐겨했고, 유아용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장난꾸러기 모습도 종종 보였다. 


아이의 34, 35개월은 다시 시작된 반항으로 심적인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책을 스스로 읽거나 천진난만하게 미소 짓거나, 혹은 장난꾸러기 모습들을 보이기도 해, 떼쓰고 고집 피우던 모습들을 희석시켰던 것 같다. 

확실히, 육아가 너무 지치고 힘들 때조차도 아이가 보여주는 미소 한 번은 그 모든 것들을 녹여버리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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