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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Nov 27. 2024

유아기의 체험 활동

만 3, 4세(5, 6살) 육아 & 놀이(교육) (5)

세돌 이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즉 유아기에는 바깥 놀이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했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주중에는 놀 시간이 부족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최소한 동네 놀이터라도 데리고 가서 놀다 들어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분가를 하기는 했지만 상황상 친정과 도보 10분 거리에 살다 보니 아이에게는 환경 변화가 크진 않았던 것 같다. 같은 동네, 같은 놀이터, 같은 초등학교에서 놀다 보니 매번 만났던 형과 누나들 사이에서 끼여 놀았다. 더구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낯선 상대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어 그런 활동들이 가능했다. 

이전에는 키즈카페에 데리고 가도 주변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어 혼자 놀거나 우리와 함께 놀았는데, 세돌이 지나면서부터 또래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이후엔 놀이터에 누군가 놀고 있으면 쉽게 다가가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나중에 함께 논 친구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함께 논 게 중요하지 누구와 놀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지 형아인지, 누나인지, 동생인지 정도만 구별할 뿐 누구인지 설명을 하지 못하긴 했다.


나는 되도록이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놀 때 위험한 상황만 아니면 관여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편이었다. 핸드폰을 본다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고, 그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그냥 지켜봤다. 모래 놀이를 하고, 진흙을 만지고 놀아도 신나게 놀기만 하면 옷이 더러워지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방치(?)하다가 옷에 묻은 얼룩이 잘 안 지워지는 바람에 낭패를 보기도 했다.


유아기가 되면서 확실히 아이가 성장했다고 느꼈던 것은 한두 시간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엄마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릴 때는 틈틈이 엄마가 어디 있나 확인하거나 가까이 다가와 안겼다가 가거나 했는데,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당시 아이의 그런 모습은 서운하게 느껴지기보다 대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빠와도 바깥 활동을 자주 했는데, 주말에 집 근처 공터에 나가 축구를 하거나 유아용 킥보드를 타거나 하는 활동들을 주로 했었다. 


울 아들은 호기심이 많아 뭐든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 보려는 성향을 가졌다. 그래서 이 시기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에 많이 데리고 갔다.  

직접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곳,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곳, 직접 타 볼 수 있는 곳 등을 찾아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과학관, 박물관, 문화체험장 등에 많이 들렀던 것 같다.


유아기에 들면서 최애 캐릭터가 "번개맨"으로 바뀌긴 했지만, "뽀로로"도 보던 과도기가 잠시 있었다. 이때 EXCO에서 "뽀로로의 숲 속 마을 축제"를 하길래, 아이와 둘이서 방문을 해봤다.

에디의 과학마술, 포비의 동화, 페티의 공놀이터, 루피의 쿠키 만들기, 해리와 노래 & 춤, 크롱의 소원 선물 만들기, 뽀로로의 소원 엽서 쓰기 등의 코너가 있었는데, 정말 오픈하자마자 들어가서 체험장이 끝날 때까지 너무 신나게 놀다 나왔다. 그 당시는 아직 어린이집에 본격적으로 등원하기 전이라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틈에서 조금 어색해 하긴 했지만, 혼자 씩씩하게 줄 서서 미끄럼틀도 타고, 캐릭터 친구들과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EXCO 소식을 틈틈이 확인해 각종 놀이 체험전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가봤던 것 같다.


그 밖에, OO 과학관, OO 과학 박물관 같은 곳을 자주 갔었는데, 이런 곳은 방문 전날 집에서 사전 활동을 꼭 해보고 갔었다. 예를 들면, 과학관 코너 중 우주 관련 부분을 눈여겨보고 싶다 하면, 아이와 함께 책을 찾아보면서 집에 있는 크기가 다른 공들로 태양계를 만들어 본다거나 하는 놀이를 했었는데, 굉장히 전문적이거나 디테일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사전 놀이를 하고 가면 집중도가 높았던 것 같다.


유아기에는 여행 경험도 많이 쌓아주려고 했다. 

아이가 자라고 나면, 경험했던 기억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경험 그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데리고 나가려고 애썼다.

친정 식구들과 함께 가는 휴가도 빠지지 않고 갔고, 아이 아빠의 연구실 MT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가까운 울산 대공원과 부산 해운대, 아쿠아리움도 참 자주 갔던 것 같다.


이 시기의 야외 활동, 체험 활동, 여행은 우리가 계획해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아이가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휴일, 아이는 평소 보던 EBS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고, 우리는 아이 곁에서 각자 평화로운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TV에서 아이들이 눈썰매 타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OO이도 눈썰매를 타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말에 처음엔 우리 둘 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는데, 평소 집돌이였던 아빠가 선뜻 나서면서 그날 계획에 없던 눈썰매를 타러 가게 되었다. 

물론, 눈썰매를 타러 직접 와 보니 TV에서 보던 것과 달리, 대기시간이 긴(30분 대기) 대신, 눈썰매는 너무 짧게(30초) 타는 것에 실망한 눈치였지만, 눈썰매 외에도 눈사람 만들기, 아빠가 끌어주는 빙판 썰매 등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온 적이 있었다. 


그날은 우리가 계획 없이 움직였던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라 기억이 제법 또렷하게 난다. 우리 둘 다 아이와 노느라 체력이 방전되고 힘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게 느껴졌는데,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요. 꼭 엄마 아빠와 다시 오면 좋겠어요."라고 하니, 아이의 그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곤이 다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유아기 때 밖에 많이 데리고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경험치는 분명히 축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할 시간, 함께 쌓을 추억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활동들이 아닐까 한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아이의 다음 스케줄, 아이의 시험, 아이의 공부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그 순간만 집중해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이 시기뿐인 것 같다. 그러니, 엄마, 아빠가 가장 바쁘고, 가장 힘든 시기라 할지라도 아이의 이 순간은 한번 놓치면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도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좀 더 아이와 시간을 보낼걸.' 하는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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