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7살) 육아 & 놀이(교육) (1)
처음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은 순조롭게 끝이 났다.
어린이집에서 하는 각종 행사에서 내 아이만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우리도 점점 학부모가 되어 갔다.
처음에 아이를 어딘가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를 놓고 고민할 때,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이 제일 많이 해준 이야기가 "영어유치원에 보내라."는 이야기였다.
소위 먼저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 내게 해주는 귀한 조언이었지만, 그 당시 내 관심은 온통 아이의 "흥미"에 있다 보니 영어보다는 "레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던 아이에게 있어 영어유치원은 선택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일곱 살에 접어들고, 내년에 학교에 가야 할 나이다 보니 이제 어린이집이 아니라 보육보다는 교육의 비중이 높은 유치원을 다닐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다시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안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이제라도 영어유치원을 보내라."라고들 했다.
그래서 잠시 고민을 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영어유치원 문턱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그 당시 내가 9 to 6 업무의 회사를 다닌 건 아니지만, 박사학위가 있다 보니 강의도 많았고, 참여하는 프로젝트들도 있어 아이의 유치원 하원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의 유치원 하원 후 일정에 잠시 친정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친정부모님의 편의를 위해 친정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위치한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단순히 편의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 당시 친정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단지가 꽤 큰 규모의 오래된 아파트였기 때문에, 그곳에 자리 잡은 유치원 역시 오랜 시간 운영된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고 시설을 둘러본 결과 내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에 결정한 곳이었다.
다만, 5세 반부터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7세에 들어오는 신입 아이가 2~3명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2년간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길러졌는 데다가 어린이집 절친이 함께 같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역시나 다섯 살부터 다녔다는 유치원 고인 물(?)들과도 잘 지냈고, 유치원 생활을 무리 없이 해냈다.
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환경은 보육과 교육으로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최소한 1년 이상 유치원에서의 생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다녀야 할 시기부터 유치원에 다니는 건 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육이 필요한 시기와 교육이 필요한 시기를 잘 구분해서 내 아이에게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어쨌든 우리가 선택한 유치원은 내 기대대로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잘 가르쳐주셨고, 덕분에 아이는 초등학교 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일곱 살이 되자, 어린이집에 같이 다녔던 친구들 대부분이 흩어져 각자의 지역, 각자의 형편에 따라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3월이 지난 후, 다시 레고 교육센터에 모여들었다.
울 아들의 경우도 유치원에 적응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레고 어린이집을 많이 그리워했고, 레고 친구들을 너무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레고 센터 친구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려고 친구 엄마들에게 전화를 했다가 레고 센터에서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당시 레고 교육센터에서 운영하던 방과 후 프로그램은 놀이 교육이 아니라, 레고 로봇 만들기 과정이었는데, 초급부터 중급까지 단계별로 나눠져 있었고, 지금으로 치면 간단한 코딩과정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울 아들은 1주일에 두 번 절친과 함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목적으로 레고 교육센터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 등록했는데, 매뉴얼을 보면서 만드는 레고 정도는 이미 마스터한 후라, 레고 교육센터에서 하는 방과 후 수업에 꽤 흥미를 보였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레고 방과 후 프로그램의 진도, 레벨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레고 교육센터에 가면 아이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그곳이 아이에게는 익숙한 공간이니 낯선 유치원 생활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보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레고 방과 후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잘되어 있어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나중에는 친구들이 있든 없든 수업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꽤 높은 단계까지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1주일에 두 번, 레고 교육센터를 가는 날 외에는 유치원 수업을 마치면 1~2분 거리에 있는 외가댁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다.
약 3년간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자주 들르다 보니, 집처럼 편했던 것 같다. 아이를 데리러 가보면, 평소 집에서 하듯이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는 날이 많았다.
외할아버지와 원카드를 하고 있거나, 외할머니의 집안일을 돕고(? 놀고?) 있거나, 번개맨이 되어서 번개 파워를 쏘고 있거나,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전쟁놀이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당시 푹 빠져 있던 배틀 팽이 놀이(블레이드 팽이)를 하고 있거나 했다.
유치원 하원 후, 내가 있는 날에는 아이와 시장에 가거나 마트에 가거나 하는 등의 일상 활동을 주로 했고, 저녁 식사시간 전까지는 동네 놀이터, 동네 초등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바깥 놀이 활동을 했다.
놀이터에 친구, 형, 누나들이 있으면 어울려 놀았고, 아무도 없더라도 미끄럼틀, 그네 등을 스스로 그만 탈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다. 가끔 마트에 있는 키즈카페에 들르는 날에는, 내가 장을 보고 올 때까지 1시간 넘게 혼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다.
유치원을 다니던 이 시기에는 다른 그 무엇보다 아이의 사회성이 쑥쑥 자라는 시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