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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12. 2024

중 1, 자기주도학습 습관 기르기

중학교 생활(1)

초등학교 생활은 "과학실험대회" 이슈(제07화 참조) 이후, 특별한 변화 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다른 아이들은 학년이 바뀔 때마다 영재 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그 시험을 위해 또 다른 학원을 다니는 등 분주했지만, 그 당시 스스로를 "영재"라고 생각했던 울 아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가 관심이 없다 보니, 나도 덩달아 관심이 없어져 영재원 시험이 있었는지, 말았는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중학교 배정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우리 동네에 어떤 중학교가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가, 6학년 말 중학교 배정 관련 안내문이 나오자, 그제야 우리 동네에 중학교가 어디 있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실,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라 집 가까운 데 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남들 보기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 말로는 집 근처에 있는 A 중학교와 B 중학교 말고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C 중학교도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했다. 


"너는, 어딜 가고 싶어?"

"저는 A 중학교에 가고 싶어요. C 중학교는 공부도 엄청 많이 시키고 남중이라 두발 제한이 있다고 해서 싫고, B 중학교는 그냥 싫어요."


왜 그냥 싫은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A 중학교를 콕 집어 거길 가고 싶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A 중학교와 B 중학교 모두 집에서의 거리도 비슷하고, 남녀 공학인 데다 커리큘럼이나 학교 환경도 비슷해 보였는데 단 하나 다른 게 있긴 했다.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A 중학교는 아이 입학 당시 100주년이 된 학교였던 반면, B 중학교는 30년 남짓된 학교였다. 근데, 아이의 선택에 "학교의 역사"가 중요한 건 아닐 테고...

어찌 되었든, 중학교를 선택할 때 1 지망, 2 지망을 쓰도록 되어 있으니 A 중학교와 B 중학교를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아이는 1, 2 지망 모두 A 중학교를 써서 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히도 아이가 원하는 A 중학교에 배정을 받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리 중학교 배정은 대부분 원하는 대로 된다고 하지만, 대안 없이 A 중학교만 써서 낸 아이의 선택도 무모했고, 아이가 A 중학교를 1, 2 지망 모두 써내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만류하거나 반대하지 않은 나도 대책 없는 엄마였던 것 같다. 아마, 그때 나는 A 중학교가 안되더라도 집 가까운 B 중학교에 배정받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무식이 용감하다고, 그 당시에는 전혀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아찔하긴 하다. 


아이가 이제 중학생이 된다는 이야길 듣고, 주변에서 "중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겨울방학 때, 중학교 공부, 특히 수학 선행을 해놔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길 귀담아듣지 않았다. 만약, 정보를 주고받을 만큼 친하게 지내는 아이 친구 엄마가 있었다면, 선배 언니들의 조언에 좀 더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무지(?)와 빈약한 정보력 덕에 울 아들은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을 평소처럼  편안하고 신나게 보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우리에게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집에서 공부를 했고,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숙제 열심히 해가는 정도의, 기본에 충실한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차츰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중학생인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중학생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정보를 얻을 만큼 친하게 지내는 친구 엄마들도 없고, 주변에 아는 학원도 하나 없고 해서, 혼자 고민을 하다가 수학 문제집이나 한 권 사보자 싶어 무작정 학교 근처 서점에 들러보았다. 

시내에 있는 좀 큰 서점보다는 아무래도 학교 근처에 있는 서점이라면 학교 정보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봤더니, 역시나 근처 중고등학교 전용 학습지 코너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집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문제집 코너 앞에서 서성이고 있자, 사장님께서 가까이 다가오셨다.


"중1? 고1?"

"중1이요. 근데 1학년엄마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뭘 사야 할지 모르시는 것 같아서... 하하하."


아, 사장님 눈에 내가 좀 어리바리해 보였던 것 같다. 

어쨌든, 서점 사장님께 아이 학교 이름을 말씀드렸더니, 주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어떤 문제집을 선호하는지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문제집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다. 

사장님의 친절한 도움 덕분에, 문제집은 대충 파악이 되긴 했는데, 아무래도 아이가 하교한 후, 아이와 함께 교과서를 확인하고 나서 문제집 종류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구매를 잠시 보류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아이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학원을 계속 이어 다니거나, 수성구 쪽 학원으로 변경해 다니는 것 같았다. 

하교하고 돌아온 아이와 학교 수업, 시험, 학원 등에 관한 이야길 진지하게 나눠본 결과, 어떤 과목이든 학교 수업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다가 집에서 공부해 보되, 첫 시험 결과를 보고 난 후, 다시 공부 방안을 의논해 보기로 했다. 


아이의 학교는 그 당시 중간고사 시험을 객관식 시험과 서술식 시험으로 2번 나누어 쳤다. 객관식 시험과 서술식 시험 간격은 약 1~2주 정도 되었고, 중간고사가 다 끝나면 그때부터 수행평가를 실시하다가 뒤이어 기말고사를 치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중간고사 객관식 시험이 시작되면, 기말고사까지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구조인 것 같았다.


아이와 나는 서점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시는 문제집과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추천받았다는 문제집을 잘 선별해 과목별 참고서와 문제집을 구매한 후, 본격적인 중학교 첫 시험 준비,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했다.


일단,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들인 다이어리 쓰기를 학습 계획표 세우기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한 달짜리 계획은 아이가 너무 먼 미래처럼 느끼는 것 같아, 하루 또는 이틀, 길게는 1주일 정도 앞서 어떤 공부를 할 건지 미리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했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숙제나 수행평가 과제 외에도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할 건지 등을 적는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처음에는 너무 과한 계획을 세워 실행률이 5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자신에게 맞는 방법, 실천 가능한 수준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 같았다.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100% 실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을 미리 점검하는 습관은 고등학교와 대학에 가서도 유용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평상시 공부와 시험공부를 구별해 각각에 맞는 공부 루틴을 만들어 나가는데 집중했고, 더불어 학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도 지나고 나니, 아이도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같았고, 학교에서도 본격적인 중등 과정 수업이 시작되는지 생각보다 숙제도 많고, 해야 일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래서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필수였던 것 같다. 

울 아들은 성향 상, 예습보다 복습이 더 유용해 주로 복습위주의 공부를 했다. 

평상시에는 하교 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학교 숙제부터 했고, 저녁식사 이후에는 꾸준히 해야 하는 영어와 수학 공부를 하루에 1~2시간씩 집중적으로 했으며, 시험공부는 시험 치기 2주 전부터 본격적인 시험공부에 돌입했다. 

다행이었던 건, 과학은 초등학교 때 쌓아놓은 기초 지식이 풍부해 어렵지 않게 해 나갈 수 있는 상태였고, 국어도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습관 들여놔서 그런지 곧잘 했다. 아이에게 있어서 이 두 과목에 대한 자신감은 여러 모로 득이 되었다. 


세 번째, 각 과목별 공부방법과 문제지 풀이방법을 체득하도록 도왔다. 

평상시 공부의 경우에는 영어의 단어장 정리법, 수학의 네 칸 공책 활용법 등을 알려주었다.

시험공부의 경우에는 문제집을 어떻게 푸는 것이 효율적인지, 틀린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답지는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되는지 등 내가 알고 있던 공부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해야 되는 부분이고, 앞으로 해 나갈 모든 공부에 내가 계속 옆에 있어줄 순 없으므로, 중학교 1학년때는 초등학교 때의 티를 벗고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 공부를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시험기간에는 아이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문제집을 매겨주고, 틀린 문제를 같이 확인해 주는 역할을 하긴 했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울 아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

초반에는 아이도 내가 알려주는 노하우대로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 방식과 충돌하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 한 번도 문제집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울 아들은 국어 문제집의 오류를 하나하나 찾아내 의문을 가졌고, 답지 속 풀이과정도 이해가 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나는 수학문제를 풀 때,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모든 풀이과정을 써가면서 푸는데, 울아들은 풀이과정 절반 이상이 머릿속에 있어서, 답이 틀릴 경우 다시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나는 영단어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면서 외웠는데, 울 아들은 눈으로 보면서 단어를 통으로 외웠다. 시험을 위해서는 문법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문법 공부를 제대로 하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법 문제를 거의 99% 이상 맞췄다. 


아이의 이런 공부방식은, 지금 생각해 보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였는데, 그때는 아이가 손과 입, 눈과 귀를 이용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게으른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이가 국어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답지의 해설을 의심할 때마다 아이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시험기간 그 바쁜 일정 속에서 그러는 게 답답해 나도 모르게 "그냥 모범답안을 외워."라는 터무니없는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난 이후, 우리의 "공부방"은 자기주도학습의 습관을 들이고, 엄마의 공부법 노하우를 자신만의 공부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자주 소란스러워졌다.

"둘이 그만 좀 싸우지."

공부방에서 나는 소리가 싸우는 소리처럼 들렸는지, 가끔 아이 아빠가 공부방 문을 열고 들어와 한소리 하기도 했다. 


자기 주도 학습의 습관을 들이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의 갈등을 조율해 가면서 꾸준히 일정한 패턴으로 유지시켜 나갔다.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가 첫 시험을 치고 그 결과를 받아 들기까지 이 방법이 중학교에서도 통하는 방법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서 훨씬 더 긴 시간 공부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아이의 첫 중간고사인 객관식 시험이 끝나고 서술식 시험을 치기 며칠 전, 학교에 공개수업 일정이 잡혀 참석하게 되었다. 중학교 첫 시험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그랬는지, 학부모님들 사이에 중간고사 시험 성적이 큰 이슈가 되어 있었다. 


울아들은 객관식 시험에서 반 2등을 했다. 

나는 집에서 공부한 것 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라 생각했고, 앞으로 어떻게 시험공부를 하면 될지 대충 감을 잡았다 싶어 만족했다. 

공개 수업이 끝난 후, 우리 반 3등 엄마가 1등과 2등 엄마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 엄마의 주도로 반 모임이 결성되어 모두 차 한잔을 마시러 가게 되었다. 참 별난 엄마다 싶기는 했지만, 인맥이 1도 없는 상황인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극 I의 성격을 극복하며 그 모임에 어울렸다. 


그런데, 거기서 아이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집에서 공부를 했는데, 반에서 2등의 성적을 거뒀다는 것에 엄마들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뭔가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을 것 같았는지, 어찌나 꼬치꼬치 캐묻는지...

안 그래도 성격상 그 자리가 불편한 데다 공유할 만한 정보가 1도 없는 상태라 물어보는 말에 우물쭈물했더니, 내가 뭔가를 숨기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1년 내내 나에게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었다.


첫 번째 시험 이후,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를 확인한 울 아들은 3년 내내 같은 방식으로 내신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1학년 2학기때 운영된 자유학기제때도, 시험과 상관없이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공부를 해나갔다. 나도 불안함을 떨쳐내고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을 곁에서 돕고 지지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 덕분에 엄마들 모임에 단골로 초대되었다. 내가 알려줄 정보가 진짜 1도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여전히 뭔가 나를 통해 얻을 것이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신, 나는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학원, 과외선생님, 문제집 등에 대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어 딱히 마다할 이유를 찾지 못해 모임 초대에 항상 응했다.  


그렇게 아이의 중학교 생활은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인이 추구하는 꿈과 목표가 생기자(해당 이야기는 곧 발행 예정),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저 놀기 좋아하고, 과학을 좋아하던 근자감 가득했던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오늘밤부터는 혼자 자겠습니다."

"갑자기?!"


친정살이를 끝내고 분가를 하면서 시도했던 분리수면은 실패로 끝났었다('20년 만에 다시 쓰는 육아교육일기 2 ' 제24화 참조). 


그런데, 중학교 배정을 받은 그날, 갑자기 혼자 자겠단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잤는데...


"네 방을 꾸밀 때 신경 썼던 하늘 디자인 천장 벽지와 별 스티커가 드디어 빛을 발하겠네."라고 쿨한 척 하긴 했지만, 이런 게 시원섭섭하다는 기분인 건지, 많이 늦은 감이 있는 아이의 분리수면과 독립(?) 임에도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밤, 혼자 자겠다는 각오는 했지만, 평소처럼 우리 방에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했으나,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빨리 분리수면을 하지 않는다는 주변의 성화에도 내 식대로 밀고 나간 것이 역시나 울 아들에게는 적확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울 아들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춘기 소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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