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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27. 2024

조기졸업, 조기진학, 3학년 진급

과학고 생활(7)

과학고등학교에서의 1년은 조기졸업, 조기진학/조기입학, 3학년 진급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공부 외에도 아이들 각자 물밑 작업들이 엄청났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 눈에 사교육 없이 과학고 공부를 해내고 있는 울 아들의 학습 상황과 성적이 두드러져 보였던 것 같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인지하신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울 아들과 같은 친구들이 과학고에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이셨고, 어떤 선생님께서는 오롯이 자신의 수업만 듣고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아이를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아이도 약간의 방황이 있긴 했지만, 많은 선생님들께서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니 다시금 자존감을 회복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말고사 1주일 후, 학교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1학년 엄마들은 각 반(4개 반)마다 간식 메뉴를 정해 점심식사 이후부터 저녁식사 시간까지 급식실 앞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했고, 저녁식사 후에는 아이들의 축제 무대를 구경했다.


"애들 너무 잘하는데요?"


힙합부터 발라드까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거기다 악기연주까지 능력자가 너무 많아 놀랐고, 기말고사 끝난 후, 준비기간이 고작 1주일뿐이었는데 이렇게나 고퀄리티 무대를 준비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물론, 모두 고슴도치 엄마들이라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고, 다른 고등학교 축제는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상상 이상의 모습들이었던 것은 확실했다.


1학년들은 모든 무대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모두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불렀고, 힙합 무대에는 모두가 한 몸인 듯 뛰어올랐다. 반면 2, 3학년들은 자리에 앉아 점잖게 축제를 즐겼다. 뒤에서 아이들의 축제를 구경했던 엄마들은 학년별 아이들의 상반된 분위기에 웃음을 참지 못했었다.

 

즐거운 축제가 끝나고, 다소 긴 겨울방학을 지난 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드디어 조기졸업, 조기진학/조기입학, 3학년 진학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학교 일정이 엉망으로 꼬여버렸다(해당 이야기는 곧 발행 예정).


과학고의 조기졸업 제도는 매년 조금씩 변경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원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 예를 들면 일단 조기졸업을 한 후 1년간 수능공부를 해서 의대에 입학하는 등의 행위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울 아들의 경우도 앞 기수의 조기졸업 제도보다 훨씬 빡빡해진 기준으로 조기졸업을 했는데, 최근에 공지된 자료들을 보니,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는 현행보다 5~10% 이상 조기졸업생을 감축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울 아들이 과학고를 다닐 당시에는,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의 기준이 다음과 같았다.


[조기졸업]

1) 이수 단위수 기준으로 기초교과(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와 탐구교과(사회, 과학) 학업성취도가 80% 이상 A이고, 해당학년 전체 학생의 상위 20% 이상인 자

2) 입학 이후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공인된 서로 다른 2개의 지능검사 결과(IQ)가 140 이상인 자

3) 국가기관 전국대회에서 학교장 추천으로 도전하여 3위 이내 성적으로 입상한 자, 또는 국제올림피아드에 국가 대표로 참가한 자


[조기진학/조기입학]

이수한 단위수 기준으로 기초교과(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와 탐구교과(사회, 과학) 학업성취도가 80% 이상 A이고, 해당학년 전체 학생의 40% 이상인 자


기준에 따르면, 일단 80% 이상의 과목에서 A를 받아야 했고, 등수가 20% 안에 드느냐, 40% 안에 드느냐에 따라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으로 나뉘었다.


IQ 졸업의 경우에는 1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검사에서 140 이상을 받은 경우, 개인적으로 공인된 다른 TEST를 받아 최종 두 검사 결과가 모두 140 이상이면 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IQ와 성적이 비례하지 않아 조기졸업을 택하는 아이들의 입시 결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간혹 IQ 졸업을 일단 한 후, 1년간 재수를 해서 의대나 다른 종합대에 지원하는, 즉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긴 했다.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의 공통점은 "상급학교 조기입학 이수인정 평가"를 통과해야 3학년 과정까지 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2학년 1학기에, 2학년 정규과정뿐만 아니라 압축된 3학년 과정(수행평가 포함)까지 공부를 해서 인정 시험까지 통과해야 하는 지옥(?)이 펼쳐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너무 힘든 2학년 1학기 과정을 보내야 하는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 자격을 포기하고, 내신 공부에 올인해서 카이스트 과학영재선발제도(아래 블로그 참조)를 통해 2년 만에 과학고를 졸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로 조기진학/조기입학 대상자가 된 울 아들이 2학년 1학기를 겪어본 후일담을 이야기하자면, 절대, NEVER,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정말 모든 것을 불살랐던 시간이었다(해당 이야기는 곧 발행 예정).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의 차이점은 조기졸업은 상급학교, 그러니까 대학 진학을 하든 안 하든 일단 졸업이 확정이라는 점이었다. 반면, 조기진학/조기입학은 상급학교에 진학한다는 조건하에 조기졸업을 시키는 것이라서 진학을 포기하거나 진학에 실패한 경우, 3학년에 진급을 해야 했다. 그런데, 조기진학/조기입학하는 학생들이 진학에 실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았다. 물론, 진학한 학교가 아이들이 만족하는 학교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 이긴 했다.


3월 초, 과학고 2학년 교실 분위기는 매우 묘하다고 했다.

각반 20명 남짓한 아이들 사이에 조기졸업 혹은 조기진학/조기입학이 확정된 아이들이 7~8명쯤 섞여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울 아들의 경우에는 학기 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하다가 학교를 가서 그런지, 그런 분위기를 크게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본인은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 멤버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3학년 진학하는 아이들의 감정들을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너무 바빠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신경 쓸만한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고.


반면, 학부모 분위기는 약간 어색했다.

일단, 같은 학년인데 당장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아이와 1년 더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로 나눠지다 보니 저절로 학부모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입시설명회를 조기졸업 및 조기진학/조기입학 학부모와 3학년 진학 학부모로 나눠하다 보니 만날 일도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서로의 아이를 응원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엄마들이 있다.


조기졸업과 조기진학/조기입학 대상자가 확정된 후, 학교에서는 제일 먼저 "상급학교 진학 희망자 조사"를 실시했다.

조기졸업은 상급학교 진학이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 희망 조사가 필요했고, IQ 졸업이나 수상실적 졸업의 경우에도 조기졸업을 할 건지 확인한 후, 조기졸업을 한다면 상급학교로 진학할 건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것 같았다. 조기진학/조기입학의 경우에는 일부 대학 중 조기졸업만 받는 경우가 있어 희망하는 수시지원 대학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울 아들이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에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가 조기진학/조기입학의 수시 지원을 거부(?)했던 학교였다.


상급학교 진학 희망자 조사가 끝나고 나자, 본격적으로 3학년 수업을 선택하라는 연락이 왔다.

원래는 3월부터 학교 방과 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통해 고3 과정 수업과 수행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안되다 보니 계속 미루어지다 4월에 들어서고 나서야 고3과정 수업 선택과 수행평가 일정이 공지되었다.

국어, 수학, 중국어는 필수, 나머지 과학 분야들은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2학년 1학기 교과 과정에 3학년 전 과정이 포함되다 보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조기졸업하기로 마음먹고 죽기 살기로 공부했어요."

어느 과학고생이 했다는 인터뷰였는데, 울 아들도 같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본의 아니게 아이의 고2 생활 일부를 집에서 고스란히 보면서, '과학고의 조기졸업 시스템은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에필로그]

성적순으로 주어지는 겨울방학 캠프 참가 자격.

보통 조기졸업 가능한 아이들은 카이스트 캠프, 조기진학/조기입학 가능한 아이들은 포스텍 캠프에 참가하는데, 학교별 인원 제한이 있어서 학교 내에서도 학교장 추천서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해 겨울 울 아들이 운 좋게 선발되어서 3박 4일 일정의 "동계 포스텍 이공계대탐험"을 다녀왔다.  


과학고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학교 중 하나인 포스텍을 선 경험해 본 아이는 한동안 포스텍 매력에 푹 빠져 있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친구도 사귀고 선배들과도 친해져서 과학고를 졸업할 때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포스텍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하는 것 같았다.

급기야는 입시를 치르고 최초합격한 여러 학교 중 하나를 선택할 때, 포스텍과 카이스트를 두고 이틀 넘게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카이스트를 최종 선택하긴 했지만, 아이에게는 "동계 포스텍 이공계대탐험" 경험이 굉장히 강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포스텍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친구들 모두, 카이스트에 입학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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