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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그날

by My Way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선배 언니(이하 "그녀"로 통칭)의 요청으로 어느 지방자치단체 부설 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내 역할은 다방면에서 바쁜 그녀, 그러니까 센터장을 보조하는 역할이라 비서 겸 사무국장의 일을 맡아하는 중이었다.


센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 1년 정도가 소요되었고, 실질적인 업무를 시작한 지도 9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센터의 일에 익숙해지고, 센터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심해졌다.

그 덕분(?)에 센터의 주요 업무인 주민과의 대면 상담은 줄어들었지만, 언제든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획서를 작성하고 운영 예산을 짜는 등 센터 내부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날도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센터장님 출근여부를 확인했다.


"혹시, 센터장님과 연락되는 사람?"

"제가 전화해 볼까요?"

"어제부터 내 전화, 카톡, 문자 아무것도 응답을 안 하시네. 혹시 센터장님 개인 사무실 전호번호 알면 연락해 볼래?"


능력이 출중했던 그녀는 여러 업무를 겸업 중이었는데, 센터 근처에서 작은 회사도 운영 중이었다. 그래서 사실 연락이 안 되는 건 비일비재한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늦더라도 하루는 넘기지 않고 연락을 주는 게 그녀의 루틴이었는데, 이렇게 이틀째 연락이 안 되는 일은 처음이라 내심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박사님(센터에서는 나를 O박사 혹은 O박이라고 불렀었다.). 박대리님이 여기로 오신다는데요?"

"박대리님이 왜? 센터장님한테 뭔 일 있으시데?"

"그게, 전화로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린다네요."

"뭔 소릴까? 센터장님이 어디 계신지 물었더니 전화로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뭔가 이상한 조짐이 느껴졌지만, 일단은 그녀 회사의 박대리를 기다리며 하던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다.


똑똑.

다른 일로도 그녀의 회사를 자주 들락거렸던 덕에 안면이 있던 박대리가 생각보다 빨리 센터를 방문했다.


"오랜만이에요. 박대리님."

"네..."

"무슨 일로? 센터장님 어디 편찮으세요?"

"저... 그게..."

"왜요?"

"... 돌아가셨습니다."

"읭???"


"센터장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그 순간, 내 주변 모든 것들이 잠시 정지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박대리의 말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것 마냥 귓가에 천천히 부딪혔다.




평소 "황망"이란 단어를 알고는 있었지만, 써 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 내 머릿속에 "황망"이란 단어가 처음 떠올랐다.

'아, 이런 게 '황망하다'라는 거였구나...'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조금씩 조금씩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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