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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감상] 추억의 한 방식, 정영문 作

단편에 대한 단편

by 오로지오롯이


정영문 작가의 소설집 『목신의 어떤 오후』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와 내면 세계를 섬세하게 탐구하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집은 ‘브라운 부인’, ‘여행의 즐거움’, ‘목신의 어떤 오후’, ‘추억의 한 방식’, ‘닭과 함께 하는 어떤’, ‘목가적인 풍경’, ‘유원지에서’,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 시리즈 등 총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각 단편마다 독특한 서사 구조와 문체를 활용하며, 삶과 죽음, 존재와 허무, 기억과 상실 등 인간 본연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표제작인 '목신의 어떤 오후'는 그의 문체와 주제 의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소설집 속 작품들은 단순히 이야기 전달에 그치지 않고, 반복과 변주를 통해 시간과 기억의 흐름을 실험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등장인물의 내면과 감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정영문은 작품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감각적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문제를 탐색하고 있다.



작품 스타일


정영문 작가는 한국문학에서 독특한 문학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반복과 변주를 통해 존재와 의식의 근원을 탐구하고 있으며, 인간의 내면적 혼란과 불안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문체는 감각적이고 섬세하며, 화자의 내면 흐름과 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는 현실과 허구를 자연스럽게 뒤섞으며, 독자가 화자의 심리와 기억 속으로 몰입하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정영문은 일기나 수필 같은 형식을 작품에 접목시키며, 내면의 불안정함과 혼란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의 문장은 길고 장황하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단어와 구절 속에서 미묘한 변화를 통해 독자에게 리듬과 감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작품의 감정과 심리를 깊이 경험하게 하고 있으며,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수록작 中 [추억의 한 방식] 감상


내러티브의 독특한 구조와 서술 기법


이 작품은 전통적 플롯보다는 화자의 내면과 기억에 집중하고 있으며, 초반부에서 작가가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어떤 음악처럼 단어와 문장들이 끝없이 반복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었다."라는 표현은 작품의 성격을 먼저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으며, 독자가 글의 특성과 흐름을 이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에게 작품의 현실성과 허구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있으며, 일기나 수필 같은 사실적 느낌을 주어 화자의 심리적 경험을 보다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화자가 직접적으로 사건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의 기억과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사건과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구성하고 있다.



내면의 흐름과 감각적 이미지의 활용


작품은 화자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반복되는 이미지와 감각적 사물들이 화자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반만 썩은 복숭아, 구덩이를 파는 행위, 시든 꽃, 죽은 고양이와 물고기 등은 모두 그녀를 기억하는 화자의 무의식 속에서 나오는 연결 고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화자의 불안정한 내면을 시각적이고,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화자가 느끼는 상실감과 고통을 체감하게 된다. 화자가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사물과 장면들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내면의 심리적 장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징적 요소와 심리적 해석


반만 썩은 복숭아는 그녀를 상징하고 있으며, 나머지 반도 썩어갈 것이라는 표현은 화자의 죽음과 고통을 암시하고 있다. 구덩이를 파는 행위는 겉으로 완전해 보이는 것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내면의 고통을 표출하는 인간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징적 행위는 단순한 행위 묘사가 아니라, 화자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작품 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생명과 죽음의 상징인 모기와 개구리


화자가 모기를 죽이는 행위는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그녀가 떠난 후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꼭 그것을 향한 것은 아닌 모호한 적의"라는 표현에서, 화자는 모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적 불안을 표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심리의 모호함과 복잡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개구리는 그녀와의 추억을 연결하는 또 다른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모기를 잡는 행위는 화자가 개구리처럼 그녀와의 추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생명과 죽음, 기억과 현재가 서로 겹쳐진 장면들이 독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고 있다.



그녀를 기억하는 수단, 의자와 나무 상자


여자와 함께 묻힌 의자와 나무 상자들은 화자가 그녀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작가가 설정한 소설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물건들은 화자와 그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존재하며, 화자의 그리움과 상실감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신비롭고 꿈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작품의 정서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내면의 불안정함과 감각적 표현


『추억의 한 방식』은 화자의 내면 불안과 혼란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반복되는 이미지와 감각적 사물들을 통해 독자가 화자의 심리 상태를 깊이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작품은 반복과 변주를 통해 존재와 의식, 죽음과 기억의 문제를 탐구하고 있으며,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불안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정영문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서술 기법은 독자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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