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탑방 피터팬 -
달안개, 옥탑방 피터팬의 얇은 회목을 둘러 안았다 아무도, 누구도 피터팬의 검붉은 손목을 잡아주지 않았다 날마다 조금씩 파먹은 밤 어둠, 피터팬은 그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때 풍겨오는 살 비린내가 피터팬의 것은 아니었다 낯선 어른의 냄새, 피터팬을 위협했다 옥탑방 가녘에 몸을 숨긴, 울대뼈가 선명한 피터팬은 어른의 소리를 들었다 피터팬은 생쥐 같이, 찍찍-대며 또 다른 구석에 박혔다 어둠 속에서 피터팬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옥탑방, 빛의 실오라기조차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창문은 하나밖에 없는 벽이었다 주인아줌마가 문을 따고 면벽하는 피터팬을 보았다 밀린 월세, 월월- 짖어대는 주인아줌마에게 자신이 마시려던 바르비탈제*의 액상을 건넸다 흥분한 개는, 덜컥- 토마토주스처럼 들이켰다 곧 주인아줌마, 눈 풀린 온순한 개가 되었다 피터팬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젖을 빨고 싶었다 우유 좀 마실래요 주인아줌마의 유두에선 우유가 나오지 않았다 피터팬은 뚜껑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빨간 손잡이의 가위로 흑갈색 뚜껑을, 딸깍- 유두가 날아갔다 피터팬은 암흑에서 우유를 마셨다 피터팬, 우유의 맛이 잊혀져 이런 건 줄 몰랐다 피가 피터팬의 알땀에 엉기고, 주인아줌마의 비명도 엉켜 리듬 없이 설쳐대기 시작했다 피터팬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도피한 피터팬 입가의 혈광이 가로등빛에 덧칠되어 물결쳤다 피터팬이 앞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그 종이껌을 씹다가 삼켰다 생목이 올랐다 종이에는 어머니의 유서가 있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때부터 피터팬은 어른이 되기 싫었다 피터팬이 옥상 난간을 넘고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훨훨- 피터팬의 눈에서 모든 잔상이 소등되고, 도시의 빛이 새겨졌다 도시의 빛은 이제 그에게 별자리로 남았다 피터팬은 전갈좌의 길을 따라 고양이눈 성운을 넘어 네버랜드*로 가는 상상을 하였다
*바르비탈제: 수면제 종류 또는 성분
*네버랜드: 피터팬이 있는 공상과 환상의 공간
* 위 시는 [시마 창간호]에 수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