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몽 크노作 <불행한 사람들> 패러디
-목욕탕 노인-
저것은 예술이다
이제야 아흔은 되어 보이는데
그는 검버섯 핀 얼굴도 있다
그에겐 송송 빠진 머리도 있다
가슴에 수술자국 난
그는 온탕 앞에서
땟국물 냄새나는
소금을 이에 비빈다
그는 투명한 해수온탕 속에다
소금이 된 자신을
담근다
저것은 예술이다
기름 낀 지방도 없거니와
딱딱한 거죽도 없는
노인은
마지막 휴가를 얻어가지고
고향인 부산 바다에 왔다
바닷물을 마시러
바닷물이 자신을 마시러,
나는 그 노인을
고전영화처럼 바라본다
나의 마음엔 바다가 흐르고
나의 마음엔 전기가 통한다
나는 한 발 물러선다
나의 앞엔 늙은 사자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싸우다 온 늙은 사자가
바닷물을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