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작시] 목욕탕 노인

레이몽 크노作 <불행한 사람들> 패러디

by 오로지오롯이


-목욕탕 노인-


저것은 예술이다

이제야 아흔은 되어 보이는데

그는 검버섯 핀 얼굴도 있다

그에겐 송송 빠진 머리도 있다

가슴에 수술자국 난

그는 온탕 앞에서

땟국물 냄새나는

소금을 이에 비빈다

그는 투명한 해수온탕 속에다

소금이 된 자신을

담근다

저것은 예술이다

기름 낀 지방도 없거니와

딱딱한 거죽도 없는

노인은

마지막 휴가를 얻어가지고

고향인 부산 바다에 왔다

바닷물을 마시러

바닷물이 자신을 마시러,

나는 그 노인을

고전영화처럼 바라본다

나의 마음엔 바다가 흐르고

나의 마음엔 전기가 통한다

나는 한 발 물러선다

나의 앞엔 늙은 사자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싸우다 온 늙은 사자가

바닷물을 마시고 있다



worldface-american-man-white-background_53876-146412.jpg


keyword
이전 15화[창작시] 오늘도 출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