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씨는 못 말려-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모든 숨결들이 서울로 흡수되는 그곳에서
짱구 씨는 어머니의 무덤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던 아버지는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깔렸고
그 사고가 났던 안성 분기점 갓길 옆의 작은 굴엔
끝내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어머니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짱구 씨는 액션가면을 쓰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 굴은 누군가에게는 쉼터였기에,
짱구 씨는 어머니와 함께할 것들을 위해
초코비 몇 봉지를 챙겼고,
지갑 속 가족사진 한 장도 꺼내 들었다
애완용 토끼가 좋아하는 스파게티 위에
어머니의 머리칼을 얹어두었고,
두개골은 유럽으로 떠난 여동생에게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깊은 못에 잠겨 있던
어머니의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마치 어머니가 살았던 할머니의 뱃속 안에
되돌아간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 안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들어갔고,
굴 쉼터에서 상처 입은 어머니의 마음은
아버지가 가져간 게 아닐까 생각하며
굴 안 벽에 아버지 무덤 쪽을 향해
창문을 그려 넣었다
마침 휴게소에서 산 껌은 신나 맛이 났고,
모든 것을 잊고 싶어진 그는
어머니의 초점 없는 눈을 베고 자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그 눈을 꺼내
굴 밖으로 나왔고,
검은자위가 여전히 굴을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눈을 다시 굴 안으로 굴리며
어머니의 눈물을 자신의 눈에
조용히 비벼 넣기 시작했다
그러곤 고개를 저으며 중얼댔다
나는 정말
못 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