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사다리 게임-
녹슨 문, 꽉 잠겨 있다
문 밖, 그 사람은 몇 시간째 앉아 있다
비릿한 밤 공기 속에 숨죽인 시간
지하일까, 지상일까
사다리는 위로도, 아래로도 뻗어 있다
따그닥, 따그닥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지하일까, 지상일까
낯선 남자가 입에 문 손전등
빛이 나를 훑는다
옷걸이 하나 휙, 던져진다
“너를 걸어두거라”
낯선 남자의 입술이 흐릿하다
손전등 빛 따라 주위를 더듬는다
옷걸이에 걸린 사람들
그들은 어디에 매달려 있는가
지하일까, 지상일까
사다리, 사다리
내 손이 사다리 굵은 나무를 더듬는다
위로 가도, 아래로 가도
끝없이 지구의 심연, 내핵을 향하는 듯
끝없는 추락
이 방은 그 추락의 현장
내 날개는 이 얇고 여린,
부서질 듯한 흰 옷걸이 하나뿐
문득,
나를 이 방에 걸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