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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오늘도 출근길

by 오로지오롯이


-오늘도 출근길-


34분당 한 명씩 자살

출근길 동안 2명이 죽었다

한강을 건너는 대열차 강도의 피해자, 그


자일리톨, 할머니와 함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연말에 받은 이른 세배다

세뱃돈에 인색한 그지만

큰맘 먹고 자일리톨을 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마트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한 ‘동전 밟고 오르기’ 게임을 한다


돈을 밟다니

게다가 밟으면 돈을 주고

밟으면 날 수도 있다

거지의 돈을 밟아볼까


그는 죽은 영혼이 정화되지 않은 한강물을 마시고 나왔다

이 살인 기계에 수없이 치인 시체

그도 다른 사람을 죽여 보는 상상을 해본다

하모니카 소리 죽음의 진혼곡

역이 정차하고, 그는 자리를 양보한다

창문에 비치는 그, 그리고 레일에 덧칠된 영혼

레일에 누워 있는 몸뚱아리


다산콜센터에 보내는 메시지

-3827호인데요. 이 열차 왠지 음산하고 무서워요

-서울메트로는 안전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열차 강도의 칼부림이 낯설지 않은 곳

신나 방화도 가능한 곳

3827호 열차칸에 그가 출근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출근길이 이렇다


뜯어진 광고 접착제에 붙은

한 가닥의 검은 머리칼

뱀처럼 그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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