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말하는 방식이 다르며, 좋아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1. 내가 싫어하고 그 사람도 나를 싫어한다.
다행이다. 서로가 안 맞고 서로 간에 싫어하니까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다. 쌍방 책임이다. 마음의 부담도 덜하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마음의 부담이 약간 있었는데, 어차피 상대방도 나를 싫어하니까 말이다. 서로 웬만하면 말을 붙이지 않고, 웬만하면 마주칠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2. 나는 싫어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애매하다. 민망하다. 그 사람에게 싫어한다라고 직접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들어보고 지켜본 바에 의하면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내가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한테도 내가 싫어할 만한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사람은 아마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인기가 많은 사람이 있다. 모나지 않은 성격에 무슨 일이든 열심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 말이다. 근데 대부분 그렇지는 않다. 비슷한 사람들과 친하고 또한 안 비슷한 사람들과는 안 친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문제가 발생한다. 나랑 맞지 않아 사이가 틀어져버리고 서로 간에 불편한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문제 말이다. 서로 간에 싫어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쪽만 싫어하면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선입견이란 무섭다. 내가 직접 알지도 못하고 특별히 말을 많이 해본 적도 없는데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바가 아니라 나와 친한 사람이 해 준 말들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데 그 사람이 같은 이유로 나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한 험담을 한다고 들었을 때 나는 무신경하게 지나가는 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싶은 생각도 없고, 사람마다 생각도 다를 것이며, 나에 대해 오해에서 생긴 문제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가 있겠느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라는 생각에 그냥 넘기곤 한다.
그래서 사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혹시나 오해에 대해 해명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기거나, 아니면 나의 말과 행동들에 대해 함께 편견 없이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럴 기회가 없다라면 그냥 각자의 삶의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자라고 편하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다. 오히려 더 고민이 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는 것이다. 상대방도 나를 싫어하면 그나마 마음의 부담이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대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적극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야 할 것인지,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는 않으니 소극적으로만 싫어하는 티를 낼 것인지 너무너무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한다라는 사실을 아는 친구가 봤을 때, 싫어한다는 티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고 오히려 친한 척하려 하는 모습을 봤다면 이율배반적이고 뻔뻔해 보이기까지 할 것이다. 대놓고 싫어하기는 망설여지고, 싫어하지 않는 척하기에는 싫어하는 마음이 없진 않고. 사면초가다.
나는 싫어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구나. 내가 너무 극단적이고 편협하게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죄책감과 반성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을 앞으로 싫어하지 않게 되면 좋을 것 같다. 마음 한 켠에서는 난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이 싫다라고 외칠지라도, 사실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나의 비난과 증오를 감당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내 마음”에만 있다라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다. “내가 싫어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이 비난받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순 없다. 그 사람만의 사정이 있고 그 사람만의 생각이 있다. 상대방의 사정과 생각은 고려되지 않은 채 나 혼자만의 느낌만으로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관대하지 못하고 원만하지 못한 성격 탓에 싫어하는 사람이 늘 있어왔던 것 같다. 또한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늘 있어왔던 것 같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쿨하게,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뜨겁게 고민해 보고 훈련하는 시간이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