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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 잘 없는 거 아시죠? 금방 나가요

7. B구 돼지갈비 식당 옆 건물 (상)

by 지구

짧은 유럽살이를 마치고, 곧바로 서울에서의 개강을 맞이해야 했던 나는 한국에 들어와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감과 동시에 또다시 서울에서 지낼 방을 구해야 했다.


유럽살이 전후로 짧지만 몇 달간 넓은 본가에서 지내기도 했고, 프랑스에서 지낼 때 방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에 지냈던 집들 보다는 조금 더 넓은 집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에 살았던 학교 바로 앞 자취촌엔 모두 고만고만한 원룸이 대다수였고 나는 이번에는 학교 바로 앞에서 눈을 돌려 조금 멀더라도 그나마 넓은 방 위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에 집을 구할 때 '학교 앞'에 꽂혔던 것처럼 이때에는 오로지 '방의 넓이'에만 집중한 채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학교 바로 앞이 아니더라도 대학가 근처의 원룸들 중에 방이 넓은 곳은 거의 없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1층에는 개인카페가, 2-3층에는 사무실들이 입주해 있고 4층에는 원룸들이 있는 건물의 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공인중개사는 능숙한 말솜씨로 이 방에 사시던 분이 남자분인데도 방을 정말 깔끔하게 쓰셨다, 오래 사시다가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어서 나가신다고 한다, 하며 방을 소개해주었다. 이 방은 학교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걸렸다.


방은 중개사의 말대로 침대와 커다란 책상 하나를 제외하고 잔짐이 하나 없이 깔끔하고 깨끗했고, 지난 방 구경의 경험을 비춰봐도 담배냄새나 하수구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오히려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방도 조금 낡아 보이긴 했지만 널찍하니 좋아 보였다. 그 넓이와 향기에 반해, 그리고 이번에도 안 들리면 섭할 "이런 방은 금방 나가요"에 다급해져 서둘러 가계약을 완료했다.


전 세입자는 책상을 부엌과 마주보게 두었지만 나는 벽에 붙여 놓았다.

실제로 널찍했던 방은 그전 세입자가 그랬던 것처럼 침대를 사서 두고, (바로 전 자취방에는 좁아서 이불을 깔고 생활했었다) 드디어 책상다운 길이의 1600mm 너비의 책상을 두어도 자리가 남았다.


하지만 왜 방의 단점은 계약하러 구경할 땐 보이지 않다가 이사하고 나서 보이는 것일까?


1층에 있어서 집에서 하기 싫을 때 내려가서 과제하거나 공부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던 카페는 이사 온 첫날 빼고는 한 번도 가지 않았고, 1층에 있는 카페만 생각했는데 건물 옆에는 꽤 큰 돼지갈비 식당이 있어 집 앞을 오갈 때마다 이번에는 달짝지근한 돼지갈비 냄새가 진동했다.


이 방에서도 역시 이 외에도 내가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고 동시에 생각지 못한 추억들을 쌓았다. 1층 카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돼지갈빗집 옆집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음 글에서 이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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