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십일일. 시드니 천문대
우리가 묶었던 하얏트 리젠시 시드니 호텔에서 오전 10시까지 조식을 제공한다는 건 지지난 이야기에 짧게 언급했다. 그렇지만 게으른 나는 그 조식을 먹어보지는 못했다. 게다가 유료치고 조금 비싸게 느껴져 아마 오전 10시 안에 일어났어도 먹진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알라와 내가 다음날 브런치로 선택한 메뉴는 바로 팬케이크다. 어제 지친 몸으로도 달링 하버를 쭉 돌며 쇼핑 센터를 들렸는데, 쇼핑 센터 가장 안쪽에 24시간 운영하는 팬케이크 가게를 발견해 거기에 눈도장을 찍고 왔다. 달링 하버 지점을 낸 걸 보면 호주에서 유명한 팬케이크 집인 듯 하다.
타이밍이 좋게도 우리 앞에 한 팀밖에 없어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바로 자리가 났다. 우리 뒤에 섰던 가족이 두어 팀이 있었는데 주문한 뒤에 가만 지켜보니 20분 정도 뒤에 자리를 안내받았다. 정말 타이밍이 좋았다.
주변 사람을 구경하며 우리는 과연 이 팬케이크를 1인 1팬케이크로 해야 할지, 2인 1팬케이크로 해야 할지 고민했다. 서빙하는 팬케이크 양을 보아하니 한 명이 하나를 다 먹기에는 남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저녁을 뭘 먹을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때 사 먹는 게 남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 건지 팬케이크 하나만 시켰다. 딸기가 가득 올려지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따뜻한 팬케이크 3장과 함께 서빙되는 메뉴였다. 설탕과 함께 살짝 구워진 바나나 메뉴도 있었는데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다.
알라는 라떼를, 나는 오렌지 주스를 시켰는데 양도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팬케이크도 하나만 시켰나 보다. 팬케이크는 달았다는 소감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하다기보다는 따뜻하고 단 팬케이크로 배를 채워서 든든했다는 느낌...? 프랜차이즈는 일정한 맛있는 맛을 어디에서나 제공하지 않는가? 딱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든든하게 배도 채웠겠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달링 하버 위쪽,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 방문했던 록스 옆에 있는 시드니 천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고 15분이 지나면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걸을 만한 거리라고 생각한 우리는 달링 하버를 따라 시드니 천문대로 걷기 시작했다.
시드니 천문대에서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19세기에 지어진 이 천문대는 4층 규모이며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아담한 규모를 자랑한다. 여러 망원경과 천체에 대한 설명이 전시돼있는 이 천문대는 언덕 위에 있는데, 이날 언덕 위에 앉아보니 바람이 정말 셌다. 아침에 공들여봤던 앞머리가 날아가 이마 부자가 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왠지 모르게 웃겼다.
대부분이 이곳을 거대하거나 커다란 천문대라고 하지만 돔도 올라가 봤고 내부도 구경한 나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아늑한 천문대가 좀 더 잘 어울린달까.
위 사진만 봐도 목재 건축에 조금 좁다고 느껴질 정도의 거리에 전시된 물건들 사이에 있노라면 편안하고 목조 주택 다락방에 있는 느낌이 물씬 든다. 이 다락방 느낌은 망원경이 있는 돔에 좀 더 어울리는 감상평이었다.
키가 작은 내가 저 위로만 올라가도 천장에 닿을 것만 같은 높이. 저렇게 키와 맞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높이가 나에게는 퍽 안정감과 아늑함을 주는 공간이었다.
내부 관람을 마친 알라와 나는 밖으로 나왔는데 그날따라 정말 바람이 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앞머리가 날아갈 정도로 말이다!
SNS에도 이마 부자가 됐다며 재밌다고 올린 사진인데, 나는 내가 웃기게 나오는 사진을 좋아해서 아직도 몇 번이고 들여다보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곳은 시드니 천문대가 위치한 언덕 위인데 입장에 제한이 없어 반려견과 함께 이곳까지 산책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소형견보다 대형견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대형견을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산책하는 커다란 개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긋하게 해가 지는 순간까지 천문대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밤이 되면 달링 하버에서 칵테일을 마시기로 하고 푸욱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