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풍경도 궁금해진다.
일본 여행을 회고하며 여행기를 쓰는 지금의 날씨는 눈이 내린다. 인터넷에서 오리 눈메이커가 품절이 되고, 뜻하지 않게 쌓인 눈으로 교통이 마비되는 나날이 이어진다. 카페에서 글을 쓰지 못한 지도 어느덧 석 달이 다 되어 간다.
봄에 다녀온 여행이지만 봄이 찾아오기 전인 겨울에 쓰는 글이라 그런가, 철학의 길은 겨울에도 한 번 다녀와 그 풍경을 알고 싶은 곳이다.
철학의 길은 교수이자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사색하며 거닐었던 길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곳이다. 약 2km 정도로 쭉 뻗은 운하 양옆으로 이어진 벚꽃은 분홍빛 분위기를 만든다.
나다이 오멘에서 배를 채우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면 그곳이 바로 철학의 길이자 그 입구다. 4월 초에 벚꽃이 활짝 핀 곳이라 그런지 내가 처음 은각사에 도착했던 시간보다 사람이 더 복작복작했다.
복작거리는 인파를 걷다 보면 봄에는 홀로 생각을 곱씹기보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들 꽃 핀 벚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표정을 구경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의 길을 따라 있는 소박한 카페와 아기자기한 상점도 제법 많다.
이곳 옆에 은각사라는 거대한 관광지가 하나 있어도 철학의 길에만 가면 은각사의 분위기가 미치지 못하는 이 길만의 분위기가 확고하게 느껴진다. 그 분위기를 만드는 건 철학의 길옆에 있는 작은 동네 상점들이다.
생활감이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는 관광지의 풍경은 이곳만이 갖는 미묘한 분위기다. 그 분위기 사이를 단화로 걷다 보면 2km의 길이 꽤 길게 느껴진다. 이미 은각사에서 1시간 정도 쭉 걸어서 그런 탓도 있겠다. 사진을 위해 예쁜 구두를 포기하지 못한 게 일본 여행의 유일한 흠이었다. 다들 걷는 일정을 넣는다면 꼭 어여쁜 운동화와 함께하시길.
아무튼 단화를 신어도 그저 벚꽃을 볼 수 있어 좋다고 걷다 보면 정말 딱 내가 가고픈 다음 목적지 중간에 위치한 예쁜 카페가 보인다.
시크한 표정의 여성이 시그니처인 카페, 요지야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