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정화하는 ㅂ아법
영수는 저명한 물리학자다. 학자의 특성상 대중 앞에서 발표를 많이 하지만 그는 발표 불안증이 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모든 발표를 피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가 절대 피할 수 없는 발표가 열흘 후에 잡혀버렸다. 그가 근무하는 대학의 학장이 의뢰한 일이다. 그는 열흘 후에 발표를 해야 하는 데,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발표할 때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괜히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빈도가 증가했다.
영수는 발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 없이 연습을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지인은 "두려운 감정을 인정해줘. 그리고 못하면 어떠니, 내려놓아"라고 말했다. 영수는 그날 밤 불을 끄고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영수는 자신의 두려운 감정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불안감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영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다. 발표를 못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기껏 청중들이 좀 지겨워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
영수는 매일 홀로 있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날, 노래를 못 불러서 놀림을 받았던 어린 영수가 떠올랐다. 어린 영수는 선생님으로부터 엄마가 노래를 연습을 안 시켜서 그렇다는 등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때부터 친구들은 영수를 놀리기 시작했다. 어른이 된 영수의 차분한 마음에 어린 시절의 수치스러운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치심을 느끼면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기억을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본인도 그런 기억이 있다면서 공감해주었다. 영수는 그런 친구가 고마웠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본인만이 그런 것이 아니며, 이 일은 이미 지난 일이라는 것을. 현재의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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