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와 취업한 이유와 같은 걸까? 주혜 역시 어린이집 보육 실습과 유치원 교육 실습 때, 미래와 같은 모습을 보았다. 주혜도 실습생 때 6시에 퇴근을 했으나, 그 누구도 주혜와 같이 퇴근한 교사는 없었으며, 모두 다음날 수업 준비, 행사 준비, 학부모 상담 등으로 분주했다. 워라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혜가 유아교육과를 졸업했음에도 유치원 교사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담임 교사의 한마디 말이었다.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 같지가 않아’
퇴근 후에도 연락 오는 학부모 때문이란다. 예를 들면, ‘선생님, 우리 아이 손등에 상처가 있던데, 알고 계시나요?’, ‘선생님, 오늘 **이랑 싸웠다고 하는데, 어떤 일인가요?’ 와 같은 연락이 오면 다음날 학부모와 통화하기 전까지 온갖 생각이 다 든다고 했다. 다짜고짜 CCTV를 보여달라는 학부모 등 잠재적 아동 학대범으로 의삼받는 나날에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고 말했다. 그래서 담임 교사는 주혜에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다른 길 알아봐’라고 조언했다. 실습생에게 하는 조언치곤 꽤 수위가 쎄긴 했으나, 피곤한 그녀의 얼굴이 이유를 말해주었다.
졸업 후 주혜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격증 취득에 매달렸다. 일반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컴퓨터활용능력이나 워드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과 토익, 토플, 오픽과 같은 외국어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었다. 다들 졸업 전에 토익 점수나 컴퓨터 자격증쯤은 기본으로 장착한 아이템인데,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준비하려니 막막했다. 겨우 구색을 갖추고 사무직에 입사 지원을 해서, 면접까지 가면 늘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전공이 유아교욱과인데,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뭐죠?’, ‘전공이 유아교육과라 이쪽 일은 영 서툴 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처럼 전공의 색이 워낙 뚜렷한지라 사측에서는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자 주혜의 부모님은 마지못해 서운한 마음을 꺼냈다.
“4년 동안 다닌 등록금이 아까워서라도, 유치원에서 일은 해봐야하지 않겠니? 너가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단면만 보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1년만 일해봐”
주혜는 사측에서 원하는 양식에 맞춰 새로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지쳤던 터라 그 제안이 솔깃했다. 그래서 마침 고가네 유아포럼이라는 유아교사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올렸던 중앙유치원에 지원하였고, 바로 다음날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일반 중소기업은 이메일 열람 후 일주일 넘게 연락이 없어 남몰래 속앓이를 했던 주혜에게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연락 온 사랑유치원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이었다.
면접날 아침엔 눈을 뜨자마자 간단히 세안 후 앞머리만 대충 샴푸질하고, 수건으로 말렸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2000원에 3개를 묶어 파는 큰 헤어롤을 앞머리에 고정한 후, 칫솔모가 여기 저기 난장판인 칫솔에 치약을 짜며 생각했다.
‘이렇게 돌고 돌아서 결국 유치원으로 가는 구나’
주혜는 면접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았다. 순발력이 좋은 편이라 생각했고, 그 근거 없는 자만감을 무기 삼아 대충 위기를 모면하며 면접에 임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다. 4년 내내 배운 내용 중 하나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하며 입안을 헹궜다. 그리고 면접 볼 때 늘 입었던 아이보리색 니트와 검은색 슬랙스 그리고 롱코트의 국룰의 면접 복장으로 갈아입으며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있는지 물어볼 때, 어떤 것을 물어볼지 곰곰이 고민했다.
‘복장은 자유롭게 입을 수 있나? 동기들 얘기론 청바지 인식 때문에 못입게 하는 원이 있다던데...’
‘출, 퇴근 시간은 지켜지냐고 물어보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