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퇴근 시간은 지켜지냐고 물어보면 안 되겠지?’
나름 필터링을 거치며 고민하는 와중에 업무보다 워라밸, 근무 환경에만 초점을 맞춘 듯 하여 머쓱했다. 그래서 주혜는 만약 면접 끝무렵에 지원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볼 때, 특별활동이나 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 등에 대해 물어보며 연구하는 자세를 갖춘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다짐했다. 주혜는 구두를 신고 마지막으로 신발장에 있는 거울을 보며 모습을 점검했다. 주혜는 어제 미리 휴대폰으로 지도를 검색해둔 덕에 버스 시간표만 확인하면 되었다. 정류장까지 도보로 5분, 마을버스로 20분이면 가는 곳이기에 부담도 없었다. 10분 후 도착 예정이라는 친절한 안내를 보고 주혜는 집을 나섰다.
정류장에 도착하자 도착한 버스를 간신히 탄 주혜는 창가 자리에 앉아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아이와 함께 길을 걷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등 같은 시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이질감을 느꼈다. 하차벨을 누르고 내리자 큰 글씨로 써 있는 중앙유치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벨 밑에는 ‘벨을 누르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가 적힌, 그러니까 ‘우리 아이 언제 나오냐’와 같은 재촉은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벨을 누르자 지금의 원감, 원감이 안경을 고쳐 쓰며 나왔다.
“면접 보러 왔는데요”
주혜가 말했다.
“어서와요. 신발 벗고 실내화 신고 들어와요. 따뜻한 물? 아니면 커피?”
원감은 오느라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원장실로 안내했고, 내게 마실 것을 권유했다.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으로(이게 인상을 좌지우지하지 않으리란 것은 몇 년이 흐른 후에 깨달았다) 딱히 번거롭지 않은 따뜻한 물 한잔을 말했다. 원장 원장의 첫 인상은 차가웠다. 면접자가 왔음에도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네, 제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원감님, 대신 면접 진행하세요.’라고 말하며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원장실에 마련된 소파에 원감 원감과 마주 앉아서 면접이 진행되었고, 귓가에 원감의 질문보다 듣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 원장의 키보드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유치원 교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이어서 ‘소변 실수한 아이의 학부모에게 어떻게 전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원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원감 원감 옆에 앉았다. 원감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간간이 보여주는 미소에 긴장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원장의 등판으로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우선 저는 아이에게 ‘그럴 수 있지~’라고 얘기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께 연락드릴 때는 단순한 실수이니 아이가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편안하게 이야기해줄 것을 당부드리며 가정에서 대소변 훈련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계를 부탁드릴 것입니다.”
“나이가 좀 있네”
내 대답과는 무관한 반응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타인에게 들으니 상처에 생채기가 나듯이 아팠다.
“전공심화까지 했네. 전공 심화로 호봉을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초임 호봉으로 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만 하고 공백이 있는데, 이때 뭐했어요?”
공백기동안 노력하지 않은 패배자같이 바라보는 그 날선 시선에 어떻게든 교사로서 준비를 했다는 인상을 주어야 했다.
“유아 임용고시 준비했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전보다 풀린 표정으로 면접을 이어갔다.
“우리는 초임을 담임으로 뽑지 않아요. 부담임부터 시작해서 차츰 준비하는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