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슈 Jul 25. 2020

일에 설렌다?

일에서 설렘을 찾는 독특한 영감님 이야기

  컨설팅 회사에서 스타트업 보상/평가 프로젝트를 했을 때 직무관련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직무에 대한 정의와 더불어 조직의 성과에 해당직무가 어떤 식의 기여를 하는지 질문했는데, 사람들이 자기 일에 대해 얼마나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지가 모두 달랐고 조직에 대해 고민하는 바도 모두 달랐다. 3,4년이 지나고나서 각자가 조직을 보는 시각은 달라지고 주인의식이 희석되어 버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창업을 통해 기업과 자신의 성장을 동일시 할 때도 당연히 생기는 문제인데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는 일을 했거나 일을 생계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조직안에서 나를 정의하기란 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일은 일이고 회사는 회사다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


  나역시 무슨 일이든 즐기며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면접때 맞지 않는 일이 주어져도 열린자세로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100% 아니 1000% '일은 일이다'에 공감하게 되었다. 무엇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만들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났다.


  나의 경우에 자존감은 의미와 책임에서 온다. 일이 의미 없거나 내가 1인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존감이 낮아진다. 내가 처음 회사생활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내가 삶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 혹은 즐거움과 이 일이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의문이 드는 와중에 1인분의 몫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자괴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계속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를 반문하는 와중에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선배님들이 생각났고, 그 중에서도 나의 현재모습과 반대로 일을 설레는 대상으로 본 한 영감님이 생각났다.


영감님은 본인의 일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교통수단의 플랫폼을 바꾸고 싶고, 그걸 통해 사람들이 이동시간에 쓰는 무의미한 시간을 전환하는 혁신을 만들고 싶어" 엔진을 이용하는 이동수단의 기본이 자동차이고,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 들어갔다며 덧붙이는 말씀 "다른걸 다 제쳐두고 네가 설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매일매일 설렐 수는 없지. 그렇지만 설레는 일은 하루하루 짜증나는 일도 많고 힘든 것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되더라고."

멀리서나마 봤을 때, 누가봐도 힘들어하실때도 많아 그 설렘이 꼭 편함이나 즐거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설렘은 그분이 힘듦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보였다. 사실 일 자체에서 설렘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고 그런 일을 만나는 건 그저 luck처럼 보여져 꼭 일 자체에서만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일로써 얻어진 수익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동료와의 즐거운 시간도 모두 의미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딱 한가지라도 행복감을 준다면 충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 자체, 업의 본질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은 모든 것을 상회하는 새로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반문할 때면 일의 본질에서 의미를 찾고 열정을 잃지 않는 선배님이 부럽고 멋있다. 영감님의 말씀은 참 오랫동안 기억에 울림으로 남았고 이 분과의 각별한 인연은 더 많은 것을 터놓을 수 있는, 고민드는 순간에 찾아가고 싶은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유있는 삶을 사는 모습에 대한 감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감님을 보며, 언젠가 나역시 일을 하다 문득 설렘을 찾는 순간이 오길, 혹은 설레는 일에 다가가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할거란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영감님과의 기억남는 특이한 식사


매거진의 이전글 I'm navigating my care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