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와 비행 사이에서 이어간 공부 (18장)
어릴 때 나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고
어린 마음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때도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는 늘 마음 한편에 미뤄져 있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삶은 이미 충분히 바빴고
하루는 늘 모자랐다.
아이들 일정, 내 비행 스케줄, 어머니 병원 일정까지
24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비행이 없는 날의 아침은
아이들 옷을 챙기고 밥을 먹이고
가방을 준비하는 일로 시작됐다.
오후에는 어머니 식사를 챙기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 왔다.
장을 봐서 저녁을 준비하는 일도 남아 있었다.
밤이 되면
젖병을 삶고 빨래를 널고
두 아이의 잠든 얼굴을 확인하며 하루가 끝났다.
하루가 그렇게 접히고 나면
몸은 먼저 잠을 원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자꾸만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을 아주 생활적인 존재로 만든다.
하루는 잘게 쪼개지고
집중은 자주 끊긴다.
석사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둘이었고
회사에서도 안정적인 자리에 있는데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바로 지금이어야 했다.
지금의 내가 아니면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 준비했다.
원서를 쓰고 시험을 보고 면접을 봤다.
그리고 2000년,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호텔·관광 서비스학과 석사 과정이었다.
그 시절의 대학원은
지금처럼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의 자료는 대부분 인쇄물이었고
도서관 서가 사이를 오가며 논문을 찾는 일이 일상이었다.
책은 늘 무거웠고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래서 그 무렵
중고차 한 대를 샀다. 은색 엑셀 GL이었다.
공부하는 동안 그 차는 나의 든든한 발이 되었다.
비행을 마치면 곧장 학교로 향해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들러 필요한 자료를 찾았다.
그리고 부리나케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지는 밤,
나는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비행을 나가 호텔 방에 혼자 남았을 때도
적막한 방에서 다시 노트를 펼쳤다.
공부와 육아를 함께 이어가는 일은
늘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겨우 책을 펼칠 수 있었고
울음소리가 들리면 미련 없이 책을 덮어야 했다.
강의 노트를 읽다 말고 젖병을 씻었고
아이가 보채면 기저기를 확인해야 했다.
책상 위에는
전공 서적과 아이들 물티슈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형광펜 옆에는 체온계가 굴러다녔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날도 많았다.
몸살이 나면 옷을 겹쳐 입고
약을 삼킨 뒤 다시 책을 펼쳤다.
그렇게 공부는
조금씩 이어졌다.
이 글은 두 아이를 키우며 비행을 이어가던 시절,
다시 배움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던 시간을 기록한 글입니다.
일과 육아로 하루가 이미 가득 차 있던 때였지만
그럼에도 공부를 시작했던 이유는
그저 공부가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