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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Aug 08. 2022

짠내나는 일

이제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할 때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참 쉽지 않다. 신입이었다면, 회사에서 폭발하지 못한 분노를 욱여넣고, 집까지 무겁게 들고 와서 격하게 울며 꺼낼 텐데, 연차가 차면 관성도 생기고 무엇보다 그럴 힘이 없다. ‘원래 다 그래, 어쩔 수 없지’라고 스스로를 그저 위로할 뿐. 그렇게 싫어하던 “원래 그래”인데, 나도 결국 살기 위해 저 문장을 되뇌게 된다. 바쁜 친구들을 불러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잘 보지도 않는 명언집을 펼쳐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밑줄을 여러 차례 긋다가, 핸드폰을 보며 출근 시간까지 몇 시간 안 남았다는 사실에 또 슬퍼진다. 




일에 대한 열정도 많고,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이라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명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일은 ‘수련의 과정’이라고 한다. 수련은 닦다/익히다의 修 (닦을 수)와 불에 달구다/단련하다의 鍊 단련할 련(연)으로 구성된 단어이다. 그럼 일 또한 결국 배우고 익히고 단련하는 것이다. 갓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나는 12년간 학교를 다니면 공부가 끝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무엇인가를 또 배우고, 틀리고, 혼나는 과정에서 인생은 공부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고 깊은 한숨을 내쉰 기억이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처음부터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건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지나고 점점 실력과 내공이 쌓이고 실력과 내공이 자신감을 만들어내면서 그제서야 나의 일, 그리고 일을 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개인의 업무 역량을 키우는 과정도 산 넘어 산이지만, 사실 회사라는 조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인간관계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고민은 평생 일을 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는 것처럼, 혼자서 일할 수 없다. 일을 하는 것의 목적이 자아실현이든, 많은 돈을 버는 것이든 간에 먹고기 위해서는 함께 일해야 하는데 같이 일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참, 먹고사는 건 어찌 봐도 어렵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회사와 회사 생활이 만족스럽다면, 그건 바로 내가 또라이라는 웃픈 말. 그만큼 회사에 반드시 있다는 그분! 가끔은 정말이지 또라이를 자처하고 싶을 정도로 사람한테 질릴 때가 있다. 세상 어디에든 이상한 사람은 있을 거지만, 그런 사람들이 다수라서 내가 힘이 들면, (정말 내가 또라이일 수도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 내가 있는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이유들 중 ‘기업문화’는 나의 우선적인 기준이 아니였거나, 아예 고려 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사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라면, 쉽진 않겠지만 연봉이나 복지를 열심히 알아보는 것처럼 '기업문화'를 사전에 꼭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싫어하는 사람과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버거운데,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최고의 방법은 도망치는 것이지만, 도망치지 못할 때 나는 에너지를 더욱 나 자신으로 오게끔 평소보다는 몇 배로 노력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그 사람도 나를 싫어할 것이고, 증오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나를 괴롭게 하기 때문에 나와 나의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치열하고, 철저하게 일을 진행하고, 깔끔히 끝내려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의 실력은 더 성장하고, 결과는 더 좋게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쌓인 내공은 나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진짜 나의 (독립적인) 일을 할 때 빛을 발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전히, 먹고사는 건 어찌 봐도 어렵다.

 



진짜 먹고사는 건 어렵다. 그래서 어차피 어려운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그래서 재미있는 걸 하면 기대감에 부풀어 매일 아침 행복하게 눈을 뜨지 않을까. 


이제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할 때다. 




- 이 글을 위해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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