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할 '나'와 '나의 일'
‘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자. 펜과 종이가 있다면 손으로 직접 적어봐도 좋다.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일이란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을 뜻한다. 정의는 참 멋진데, 문제는 ‘무엇을 이루는 것(목표)’, ‘적절한 대가(돈)’, ‘어떤 장소(회사)’,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일이 좀처럼 내 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거다. 몇십 년 일을 한 대선배들에게 물어도, 아직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토요일 밤이 매우 아쉽고, 일요일 밤이 너무 무거워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나의 경우에는 지긋지긋한 월요일에서 괜찮은 월요일이 된 지 1년 정도 되었다. 여전히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는 직장인이지만,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예전보다는 사랑스러운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형태나 방식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여기는 일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과 일을 하는 방식으로 나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인디펜던트 워커(스리체어스 출판)라는 책을 통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게 되었다. 나는 완벽한 인디펜던트 워커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디펜던트 워커를 향해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계속 인디펜던트 워커로 살아갈 생각이다.
책 ‘인디펜던트 워커’에 따르면, 인디펜던트 워커들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의 프리랜서와는 다르다. 1) 독립적으로 일을 하며, 2) 개인의 비전을 갖고, 3) 좋아하는 일을 잘한다. 독립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단지 회사에 소속이 되지 않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에서는 ‘스스로 일을 주도한다면’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어도 독립적일 수 있다고 한다. 인디펜던트 워커는 단순히 지시와 요청을 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고 협업’을 하며, 각자 바라는 일에서 전문성을 만들고 시장의 흐름을 살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인디펜던트 워커로의 삶과 가까워지기까지, 지난 7년간을 돌아보자니 스스로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에 놀랐다. 신입사원 때, 칭찬이 간절히 고팠을 때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할 정도로) 지나치게 회사의 말을 잘 들었고, 일 머리가 좀 커졌을 때는 마냥 물러나지 않고 자기주장도 해보면서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청거리기도 했다. 자주 무너지고, 가끔 우쭐해하면서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간 크고 작은 회사를 4번 왔다 갔다 했고,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업무들을 경험하다 보니 7년 전의 나와는 많은 면에서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사이 합이 맞는 친구와 공동창업자로서 회사를 설립해 우리만의 서비스를 팔아보기도 했고, 지금은 다시 회사에 소속이 되어 그 친구와 함께 동일한 일을 하는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한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다시 독립할 생각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조직이라는 곳에 의문이 많았다. 어떤 의문을 제기했을 때 오는 “원래 그래”라는 말에 “원래 그러는 게 어딨어요?”라고 되묻다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했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들에 반응하다가 예민녀라는 꼬리표를 얻고, 혼자 오버하지 말라는 충고를 수도 없이 들었을 땐, 내가 아직 한국 사회를 제대로 모를 수도 있으니 나 자신을 위로하며 좀 기다려보자고 결심했다. 너무나 길고 길었던 기다리는 과정은 내가 나 자신을 이상하다고, 마음껏 비난해도 넘치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기에, 끝없는 나에 대한 고민에 파묻혔던 내가 무거운 고민들을 내려놓고, 그 고민들을 뚫고 나아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내가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인지, 나와 맞는 조직은 정말 없는 건지, 나와 맞는 사람들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지 직접 찾아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강한 업무 강도와 새벽 출근, 야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지만 나는 ‘살기 위해’ 다양한 모임에 참여했고, 강사를 하면서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보기도 했고, 번역 일을 하면서 여러 번역가들을 만나보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가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세상을 배워나갔지만 여전히 답은 찾지 못했다. 다만, 나는 그때 ‘좋은 회사’와 ‘직급’이 나에게 ‘직업이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점점 나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하게 되었고, 그 일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회사에 소속되어 직장인으로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일 욕심이 많은 나는 일이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가면서 역량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여러 문들 너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은 문을 열고 봐야 한다. 어떤 문을 열었을 때는 나에게 새로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 기쁠 테고, 어떤 문을 열었을 때는 나의 부족함과도 처절하게 마주하게 될테지만, 일단은 문을 열어야 뭐라도 생긴다.
새로운 문을 처음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방어기제는 처음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려는 우리를 방해한다. 여전히 나는 해보고 싶은 많은 일들을 방어기제에 지고서 나약한 나 자신을 원망하다가 많은 것들을 놓친다.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게,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때를 의식하고, 일단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앞을 내다보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에 방어기제는 예전과 달리 우리의 많은 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렇게 쉽지 않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나 자신과 나의 현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나를 안정적으로 지켜준다고 믿는 것들이 평생 나를 안정적으로 지켜줄 수 있을지, 우리에게 확실하고도 안정적인 미래라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기본적으로 '평생 안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가장 확실한 안심은 자기 스스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더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우리는 각자가 스스로를 위해 ‘나’와,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나의 일’에 대해서 우리는 계속 의식하고 생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함께 스스로를 이해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방황해 보자.
- 이 글을 위해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 바바 마사타카,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든 우리의 전략 - 워크스타일 3.0)>
* 스리체어스 출판, <인디펜던트 워커(좋아하고, 잘하고, 의미 있는 나만의 일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