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구구단'을 외우셨나요? 아니면 '곱셈구구'를 외우셨나요? 전 국민학교 산수 시간에 구구단을 열심히 외웠더랬죠. 요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수학시간에 곱셈구구를 배웁니다. 곱셈구구는 구구단의 요즘식 표현이에요.
전 어릴 때 구구단이 뭔지도 모르면서 외워야 한다니까 무작정 외웠어요.못 외우면 혼나니까요. 곱셈의 개념을 모르고 외우는 구구단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수의 나열에 불과합니다. 자그마한 뇌로 그 수많은 수들을 통째로 암기하려니 여간 곤혹이 아니었지요. 매일밤 엄마 앞에서 울며불며 읊던 기억이 납니다.
그토록 재미없던 구구단, 그 안에 숨겨진 규칙을 알고 나니 달리 보여요. 오늘은 구구단에 담겨있는 흥미로운 수의 성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우선 '곱셈'에 대해 짚고 넘어갑시다. 곱하기의 의미가 뭘까요. 먼저 이 문제를 풀어보세요.
5를 세 번 곱하면?
5를 세 번 곱하면 얼마일까요. 혹시 자신 있게 15를 외치셨는지요. 5를 세 번 곱했다는 것은 5×5×5입니다. 간단히 5³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계산하면 125이지요.
5×3이 의미하는 것은?
그렇다면 5×3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5를 세 번 더했다는 뜻입니다. 5+5+5를 간단히 나타낸 게 5×3이에요. 계산하면 15이지요. '5를 세 번 곱했다'와 '5를 세 번 더했다'는 얼핏 비슷하게 들리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만약 5를 100번 더한다면요?
곱셈기호가 없었다면 우린 이렇게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일은 아예 할 엄두를 못 냈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일일이 다 쓰지 않아도 곱셈기호만 있으면 하나의 식으로 정리됩니다.5×100끝.
그렇다면 구구단은 왜 외워야 하는 걸까요? 만일 7×8이 있다고 해볼게요. 7+7+7+7+7+7+7+7 매번 이렇게 일일이 더한다면 어때요. 더하다가 진 다 빠질 거예요. 하지만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우리는 1초 만에 답이 튀어나옵니다. 7×8=56. 작은 수의 곱은 외워두면 상당히 편리해요.구구단은 한번 외워두면 평생 동안 써먹을 수 있는 고급기술입니다.
옛날에는 이 기술을 누구나 익힐 수 없었어요. 구구단은 중국에서 전해졌는데요. 일반 백성들한테는 구구단을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권력을 쥔 자들만 계산의 편리함을 누리려는 속셈이었지요. 아는 것이 힘이던 시절이니까요. 혹시 백성들이 따라 외울까 봐 9단의 가장 끝에 있는 9×9=81부터 거꾸로 외웠다고 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구구단'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금은 구구단 앞에서 만인이 평등합니다.
구구단표와해후해보려 합니다. 이게 얼마만이던가요.추억의 구구단표를 오늘은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해요. 곱의 '일의 자리'에만 따로 표시를 해뒀어요.유심히 들여다보면서 비밀을 찾아보세요.
구구단 표에는 ×9까지 있지만 우린 ×10까지 생각해 봅시다. 이들에게는 어떤 규칙이 있을까요.혹시 발견하셨는지요.
(1) 2단, 4단, 6단, 8단
2단은 2씩 커지기 때문에 곱의 일의 자리 숫자가 2,4,6,8,0이 반복됩니다.
● 2단 :2, 4, 6, 8, 0, 2, 4, 6, 8, 0
4단도 마찬가지이지요. 4씩 커지니까 4,8,2,6,0이 반복되지요.
● 4단 : 4, 8, 2, 6, 0, 4, 8, 2, 6, 0
6단과 8단에서도 이러한 규칙을 찾을 수 있습니다.
● 6단 : 6, 2, 8, 4, 0, 6, 2, 8, 4, 0
● 8단 : 8, 6, 4, 2, 0, 8, 6, 4, 2, 0
짝수단인 2단, 4단, 6단, 8단은 0,2,4,6,8이순서만 달리해서 반복됩니다. 반면 1,3,5,7,9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그 이유는 여러분도 잘 아실 거예요.짝수의 배수는 언제나 짝수일 수밖에 없지요. 홀수가 갑툭튀 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증명을 예쁘게 해 볼게요. 종이에 원을 그리고 열 칸으로 나눈 뒤 0~9까지 숫자를 적습니다.
곱셈은 같은 수를 계속 더하는 거니까 더하고자 하는 수만큼 시계방향으로 칸을 계속 이동시킵니다. 항상 처음 시작은 0이에요. 2단은 2칸씩, 4단은 4칸씩, 6단은 6칸씩, 8단은 8칸씩 가면 돼요.
그랬더니 이런 예쁜 모양이 만들어졌어요. 2단과 8단은 오각형, 4단과 6단은 별이 됐습니다.
수의 순서가 다르기에 모양에는 차이가 있지만 0,2,4,6,8를 반복하는 것은 같아요. 절대 짝수 궤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2) 5단
5단은 아주 쉬워요. 곱의 끝수가 5와 0만 되풀이됩니다. 5의 배수는 5씩 커지니까요. 5의 배수는 아무리 커져도 끝수는 0 아니면 5에요.
● 5단 : 5. 0, 5, 0, 5, 0, 5, 0, 5, 0
이번에도 0에서부터 5칸씩 이동시켜 볼게요. 5칸씩 계속 이동해도 0과 5만 오갑니다. 다른 숫자는 만날 일이 절대 없어요. 0과 5이 주인공이고 나머지 숫자는 스치는 배경일뿐이죠.
(3) 3단, 7단, 9단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3단, 7단, 9단입니다. 이들은 매우 특이해요. 다시 한번 곱의 끝수만 살펴보면,
● 3단 : 3,6,9,2,5,8,1,4,7,0
● 7단 : 7,4,1,8,5,2,9,6,3,0
● 9단 : 9,8,7,6,5,4,3,2,1,0
규칙을 찾으셨나요. 0부터 9까지의 숫자가 한 번씩 모두 등장합니다. 반복되는 수는 없어요. 신기합니다.
이해가 쉽도록 시각화해 보겠습니다. 0에서부터 3단은 3칸씩, 7단은 7칸씩 이동하면 이토록 화려한 별이 그려집니다.너무 예뻐요.
그렇다면 9단은 어떨까요.9단도 0~9까지 모든 수가 동원되는 것은 같지만 모양은 3단,7단과딴판입니다.
곱의 일의 자리 숫자가 1씩 작아지기 때문이에요.
0 - 9 - 8 - 7- 6 - 5- 4 - 3 - 2 - 1
덕분에 안정감이 느껴지는 정십각형이 됐습니다. 9단은십의 자리 숫자는 1씩 커지고, 일의 자리 숫자는 1씩 작아지는 규칙이 있어요.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2단,4단,6단,8단은 끝수가 반복되는데 어째서 3단,7단,9단은 0,1,2,3,4,5,6,7,8,9가 반복 없이 딱 한 번씩만 등장하는 걸까요?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3,7,9는 10과 서로소 관계이므로
3,7,9는 10과 서로소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서로소'란 용어 기억나시는지요. '서로소'란 두 수의 공약수가 1인 자연수입니다.'약수'란 무엇이냐, 약수는 그 수를 나누어 떨어지게 하는 수입니다. 그럼 '공약수'는 무엇이냐, 두 수를 나누어 떨어지게 하는 공통의 수입니다. 그렇다면 '최대공약수'는 무엇이냐, 공약수 중 가장 큰 수를 말합니다.
2와 10의 최대공약수는 2
4와 10의 최대공약수는 2
6과 10의 최대공약수는 2
8과 10의 최대공약수는 2
5와 10의 최대공약수는 5
3과 10의 최대공약수는 1
7과 10의 최대공약수는 1
9와 10의 최대공약수는 1
3,7,9는 10과 서로소 관계입니다. 10과는 공통되는 소수가 없어요.
서로소 관계인 두 수의 최소공배수는 두 수의 곱입니다. '배수'가 뭐냐, 어떤 수를 1배 2배 4배....한 수를 그 수의 배수라고 합니다. 배수는 무한해요. 끝이 없습니다. 그럼 '공배수'는 뭐냐, 두 수의 배수 중 공통되는 수가 공배수입니다. '최소공배수'는 뭐냐, 공배수 중 가장 작은 수를 최소공배수라고 합니다.
2와 10의 최소공배수는 10(2×5)
4와 10의 최소공배수는 20(4×5)
6과 10의 최소공배수는 30(5×6)
8과 10의 최소공배수는 40(8×5)
2,4,6,8은 10배(□×10)를 하기 전에 10과 만납니다. 2×5=10, 4×5=20, 5×6=30, 8×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