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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야 Apr 10. 2024

크림대빵 가격 비싼가? 적당한가?

크림대빵은 정통크림빵과 비교했을 때
비싼 걸까요? 적당한 걸까요?


요즘 SNS에서 난리난 '크림대빵'을 아시나요. 삼립의 스테디셀러인 크림빵의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출시된 엄청난 크기의 크림빵입니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에 발맞춰 기획된 빅사이즈 품이죠. 정통 크림빵과 비교해 겠습니다.

이름대로 대빵 큽니다. 실물은 시선을 압도해요. 공간이 낭비될세라 빼곡히 진열된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여유 있는 자태로 진열대를 독차지하고 있는 그 당당한 존재감. 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큼 집어 들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가격을 몰랐어요.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스캔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편의점 빵이 8800원이라니. 정통크림빵이 1400원인 것에 비하면 너무 비싸게 느껴졌거든요. 잠깐 멈칫했으나 곧 궁금증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크림대빵은 비싼 게 확실할까?' 이 질 답을 수학으로 증보려 합니다.

봉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정통크림빵보다 6배 더 큰 크림대빵


정통크림빵은 75g인데, 크림대빵은 500g이라고 합니다. 중량을 비교하면 몇 배인가요. 계산기를 두드려볼게요.

6.6배. 즉 6배보다는 많이 나가고 7배보다는 적게 나갑니다. 정통크림빵이 1400원이니까 거기에서 6배를 하면,

1400×6=8400

8400원이라는 가격이 나옵니다. 거기에 거대한 포장비까지 더하면 8800원. 어떤가요. 합당한 가격으로 봐줄 수 있을까요.


하나씩 따져봅시다. 먼저 사이즈가 얼마나 커졌는지 확인해 요.

얼핏 보기에는 지름이 두 배 가량 커진 거 같네요. 그런데 빵이 정확한 원은 아니에요.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빵 둘레에 약간의 굴곡이 있습니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빵의 중심을 지나는 지름을 측정해 봤어요.

크림대빵의 지름은 24cm, 정통크림빵의 지름은 13cm입니다.  

지름은 약 1.84배 큽니다. 지름이 1.84배 커지면 넓이도 1.84배 커지는 걸까요. 원의 넓이 공식 소환해 보겠습니다.


원의 넓이=πr²


π는 원주율로 약 3.14이고 r은 원의 반지름을 뜻합니다. 대빵의 반지름은 12cm, 오리지널의 반지름은 6.5cm이니까 이를 토대로 빵의 넓이를 비교해 봅시다. 


(1) 크림대빵의 넓이

πr²=π×12×12=144π (cm²)


(2) 정통크림빵의 넓이

πr²=π×6.5×6.5= 42.25π (cm²)

지름은 1.84배 커졌지만, 넓이는 3.4배나 커졌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그 해답은 바로 원의 넓이 공식에 있습니다.


원의 넓이=πr²


넓이는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


넓이는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반지름이 2배 커진다면 넓이는 4배가 커지게 됩니다. 반지름이 3배 커진다면 넓이는 무려 9배나 커지게 되는 거죠.


크림대빵이 정통크림빵보다 지름이 1.84크다는 것은 반지름 역시 1.84크다는 거니까 1.84 제곱, 즉 (1.84×1.84=3.4)만큼 빵의 넓이가 더 커진 겁니다. 크림빵은 정통크림빵보다 3.4 더 큽니다.

그런데 3.4배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통크림빵은 1400원이고, 크림대빵은 8800원인데 말이죠. 실제 가격은 6배 이상 더 비싸잖아요.


우리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빵은 평면도형이 아니라 입체도형이지요. 빵 두께도 고려해서 부피를 비교해야 합니다. 수학에서 '부피'란 무엇일까요.

* 출처 : 동아출판 6-2 수학교과서

물건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를 '부피'라고 합니다.

* 출처 : 동아출판 6-2 수학교과서

부피의 단위는 1cm³입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cm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1cm³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부피를 측정하고자 하는 입체도형에 이 1cm³인 정육면체가 얼마큼 들어가느냐가 바로 피가 되는 겁니다.


가로 4cm, 세로 3cm, 높이 2cm인 직육면체를 보겠습니다.

* 출처 : 동아출판 6-2 수학교과서

단위 부피 1cm³인 정육면체가 몇 개 들어가는지를 따져보면 됩니다. 1층을 보면 4개씩 3줄이 들어가지요. 4×3=12, 12개가 있습니다. 2층에도 있으니까 12×2=24, 1cm³정육면체가  24개 들어갑니다. 이걸 하나의 식으로 간단히 나타내면, 4×3×2=24 가 되지요. 그래서 이 직육면체의 부피는 24cm³입니다.


혹시 학창 시절 배웠던 직육면체의 부피 구하는 공식 기억나세요?

맞아요. (가로 ×세로 ×높이)입니다.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부피 공식도 개념을 알고 나니 이제야 납득이 됩니다.


빵은 일종의 원기둥입니다. 가운데가 불룩하고 테두리로 갈수록 완만히 낮아지는 모양을 하고 있기에 밀하게는 원기둥이라 할 수 없지만 둘의 형태가 같기에 원기둥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원기둥의 부피는 어떻게 구할까요. 직육면체 부피 구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밑면의 넓이에 높이를 곱해주면 됩니다.


원기둥의 부피=πr² × h


부피를 구하려면 원기둥의 높이를 알아야 해요. 빵의 가장 뚱뚱한 부분의 높이를 측정했습니다.

크림대빵의 높이는 6cm, 정통크림빵의 높이는 3.4cm입니다. 이를 토대로 빵의 부피를 비교해 봅시다.


(1) 크림대빵의 부피

πr² × h = π ×12²×6 = 864π (cm³)


(2) 정통크림빵의 부피

πr²× h = π  × 6.5²×3.4 = 143π (cm³)

부피를 따져보니, 크림대빵은 정통크림빵의 6배 정도 더 큽니다.


크림대빵의 부피는
정통크림빵의 6배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원래 클수록 용량 대비 가격은 좀 더 저렴해야 하는데 크림대빵은 정통크림빵 가격의 6배보다 살짝 더 비쌉니다.


하지만 결국 전 크림대빵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크림대빵이 정통크림빵보다 훨씬 맛있거든요. 만든 재료는 동일하나 크림이 풍부해 드럽고 달콤해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그 팜유맛.

무엇보다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엄청나게 커다란 봉지를 한 손에 달랑달랑 들고 집에 올 땐 아이마냥 괜스레 신나더라고요. 잠시나마 즐거움을 선사했기에 크림대빵의 가격은 합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정통크림빵 6개를 사느니 차라리 크림대빵 1개를 사겠어요. 

 

크림대빵 8800원은 제법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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