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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야 May 24. 2024

등호(=)가 의미하는 것은?


48-□=47-□=46-□=□


이 문제는 2009년 유럽수학교육연구회에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출제한 문제입니다. □ 안에는 어떤 수가 들어갈까요? 여러분도 생각해 보세요.


48-[1]=47-[1]=46-[1]=[45]


많은 학생들이 이런 답안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풀이와 일치하나요? 그렇다면 여러분 역시 틀렸습니다. 위의 답은 정답이 아닙니다.


실험 당시 이 문제의 정답률은 고작 60%에 그쳤습니다. 계산이 복잡한 문제가 아닌데 왜 그리 정답률이 저조했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등호(=)'의 개념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수학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기호는 아마도 '='일 겁니다. 대부분의 식은 등호가 있어야 성립하니까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호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실험의 피실험자였던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은 물론 어른인 우리들조차도 등호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있어요.


자녀가 있으시다면 아이에게 등호가 뭐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등호를 '는'이라고 합니다.


3+5=8 (3 더하기 5 8)

6-2=4 (6 빼기 2 4)

9×6=54 (9 곱하기 6 54)

12÷4=3 (12 나누기 4 3)


우리말에서는 수식을 읽을 때 등호를 '는'이라고 읽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등호의 개념은 모른 채 그저 '는'이라고 알고 있어요. 등호라는 이름조차 모릅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도 등호의 개념과 쓰임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12의 5배보다 7 큰 수를 구하라고 하면 12×5=60+7=67

이렇게 쓰는 경우가 파다합니다. 혹시 이 식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등호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이 없다면 아이들은 계속 모를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어른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 등호가 뭘까요.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등호는 한자 같을 등(等), 표지 호(號)로 이뤄진 단어로 '서로 같음을 나타내는 표지'라고 합니다.


영어사전에서는 equal이라고 나와있어요. 역시 '같다'는 의미입니다. 대체 뭐가 같다는 걸까요.


등호(=)를 기준으로 왼쪽은 좌변, 오른쪽은 우변이라고 하는데요. 등호는 '좌변과 우변이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등호는 1557년 영국의 수학자 레코드가 <지혜의 숫돌>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세상에서 2개의 평행선만큼 같은 없다"는 의미에서 이런 모양(=)이 나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두 선분이 지금보다 옆으로 훨씬 긴 형태였는데 점차 길이가 짧아져서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a=b
왼쪽에 있는 식(a)과 오른쪽에 있는 식(b)은
크기가 같다


3+5=8 

'3 더하기 5는 8'이 아니라,

'3 더하기 5는 8과 같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등호는 is가 아니라 equal

아이들은 등호의 왼쪽과 오른쪽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등호의 오른쪽은 답을 쓰는 이라 생각해. 그러다 아래와 같은 문제를 만나면 당니다.


18+□=25  

초등학교 저학년은 이렇게 모르는 수 □가 식 중간에 있으면 어려워하는데요. 그렇다고 이때 부모님이 중학교 수학에서 배웠던 '이항'을 아이에게 섣불리 알려주면 안 됩니다.


□=25-18

18을 오른쪽으로 보내는데 이 때는 빼기로 바꾸는 거야. 그래서 25에서 18을 빼면 7이지. 이런 식으로 알려주지 마세요. 아이들은 아직 음수, 양수의 개념도 모를뿐더러 어릴 때부터 수학의 기술을 암기시키면 득보다 실이 더 큽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등호를 '양팔 저울'이라고 알려주세요. 저울 왼쪽에 18+□가 있고, 오른쪽에는 25가 있어. 18에 어떤 수를 더해야 25와 같아질까?라고 물어보셔야 합니다. 18에 2를 더하면 20이고 여기에 또 5를 더해야 25가 돼. 모두 얼마를 더했지? 18에 7을 더하면 25가 되네.


또는 왼쪽에는 사과가 18개 있어. 오른쪽에는 25개가 있고. 오른쪽이 무거워서 저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졌어. 저울을 똑같이 만들려면 왼쪽에 사과를 몇 개 더 올려야 할까?라고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왼쪽과 오른쪽의 값이 같을 때만 등호를 사용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려주세요. 등호의 개념을 모르면 문제 풀 때 등호를 남발하게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풀어보세요.

17×8=17+17×□ 


혹시 17에 8부터 곱하셨나요?

136=17+17×□

136-17=17×□

119=17×□

119÷17=□

□=7

등호와 곱셈의 개념을 알면 이렇게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좌변을 보면 17을 8번 더했습니다. 우변은 17이 1개 있는데 여기에 17을 몇 개 더했더니 17을 8번 더한 것과 같아졌아요. 그래서 □의 값은 7이 됩니다.


이번엔 좀 더 복잡한 식에 도전볼게요.  

27÷9+{(□×2-3)+4}=16 


하나의 식에 +-×÷ 사칙연산이 다 들어있고 숫자도 많아서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하지만 미리 겁먹으실 필요 없어요. 등호의 개념만 알면 어지럽게 꼬인 매듭이 하나씩 술술 풀리니까요.


27÷9 + {(□×2-3)+4} =16 

이 식은 두 개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어요. 두 덩어리의 합은 16과 같습니다. 27÷9=3이니까

3 + {(□×2-3)+4} = 16 

3에 어떤 수를 더해야 16과 같아질까요? 13이죠.

{(□×2-3)+4}=13인 겁니다.

(□×2-3)+4=13 

어떤 수에 4를 더한 값이 13과 같다면 그 수는 9일 겁니다. 그래서 (□×2-3)=9입니다.

□×2-3=9 

어떤 수에서 3을 빼야 9와 같아질까요? 어떤 수는 12입니다.

□×2=12

그래서 □=6입니다.


등호가 들어간 식을 '등식'이라고 하는데요. 거의 모든 수학 문제는 바로 이 등식의 성질을 이용해서 풉니다. 등호는 이렇게나 중요한데 우리는 등호의 개념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알려주지 않아요. 등호는 여전히 '는'의 처지에 머물러있어요. 등식의 성질을 확장하는 시기가 되어서도 개념을 모르니까 암기한 풀이법만 나열합니다.   


등식의 성질이 뭘까요?


내가 가진 돈과 여러분이 가진 돈이 같다고 해봅시다. 우리 둘에게 누군가 똑같이 백만 원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진 돈은 같습니다. 둘이 똑같이 십만 원을 밥 먹는 데 썼다고 해볼게요. 그래도 여전히 우리 둘이 가진 돈은 같아요. 주식이 대박 나서 둘 다 300%가 됐다고 해봅시다. 원금의 3배가 됐어요. 우리 둘이 가진 돈은 똑같아요. 만약 폭망해서 둘 다 주식이 반타작 났다고 하면 둘의 원금은 절반이 될 거예요. 그래도 여전히 우리 두 사람이 가진 돈은 같습니다.


이걸 정리해 보면 등식의 성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해도 등식은 성립한다.
(2) 양변에 같은 수를 빼도 등식은 성립한다.
(3) 양변에 같은 수를 곱해도 등식은 성립한다.
(4) 양변에 0이 아닌 같은 수로 나누어도 등식은 성립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변에 같은 수'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등식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성질입니다.


여러분 중학교 때 배웠던 방정식 기억나세요? 방정식 하면 이런 형태가 떠오릅니다.

3x-2=x+4

2x²-4x-1=0

 x-2y=5 / 2x-y=1


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연립방정식 우린 다양한 방정식을 배웠어요. 아인슈타인은 방정식 하면 빠지지 않는 인물인데요. 그가 만든 방정식은 그 유명한 E=mc²입니다. 이 모두가 다 방정식이에요. 지금 제시한 네 개의 식에서  공통점을 찾아볼까요? 모든 방정식은 반드시 이것을 포함합니다. 뭐지요? 네 맞아요 바로 '등호(=)'입니다.


방정식은 영어로 equation이에요. equal의 명사형이죠. '동일시'라는 뜻입니다. 방정식도 등호가 포함되어 있는 등식입니다. 등식은 등식인데 모르는 수, 즉 미지수가 들어간 등식이에요. 등식이 성립하는 미지수를 알아내는 것을 '방정식을 푼다'라고 합니다.


방정식에는
반드시 모르는 것이 있고
무엇인가가 같다


방정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데요. 그 문제에는 반드시 모르는 것이 있고 무엇인가가 같습니다. 모르는 것은 미지수 x로 놓을 준비를 하면서 '무엇이 같은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같지 않다면 '어떻게 하면 같을까?'로 생각을 바꿔야 하죠. 방정식은 식을 푸는 것보다 식을 세우는 아이디어가 관건인데요. '같다'는 의미의 등호를 염두하고 있어야 식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합시다.

사과 3개와 배 2개의 값은 6300원이고, 배가 사과의 값의 3배일 때, 사과 한 개의 값은?


우리는 사과 한 개의 값도 모르고 배 한 개의 값도 모릅니다. 사과 한 개의 값은 x, 배 한 개의 값은 y라고 해봅시다. 자 이제 무엇이 같은지부터 생각해 봅니다. 사과 3개와 배 2개의 가격은 6300원과 같다고 했으니까 3x+2y=6300이라고 식을 세울 수 있어요. 그리고 배 하나의 가격은 사과 3개의 가격과 같으니까 y=3x가 됩니다. 모르는 수가 2개일 때 식이 2개이면 두 값을 모두 구할 수 있어요.


3x+2y=6300

y=3x


이 연립방정식을 풀면 x=700, y=2100

사과 한 개는 700원, 배 한 개는 2100원입니다.


한 문제 더 풀어보죠.

닭과 토끼를 합하여 16마리가 있다. 닭과 토끼의 다리의 수의 합이 36일 때, 닭은 모두 몇 마리인지 구하시오.


이 문제에서 우리는 닭이 몇 마리인지 토끼가 몇 마리인지 모릅니다. 닭의 수를 x라 하고, 토끼의 수를  y라고 합시다. 자 이제는 무엇이 같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닭과 토끼를 모두 합하면 16마리와 같습니다. x+y=16이겠지요. 그리고 닭의 다리수는 한 마리 다리가 2개니까 2x가 됩니다. 토끼의 다리수는 한 마리 다리가 4개니까 4y이고요. 모든 동물의 다리수의 합이 36개이니까 2x+4y=36이 됩니다. 등식의 성질을 이용해 양변을 2로 나누면 x+2y=18입니다. 이제 두 개의 식이 만들어졌습니다.


x+y=16

x+2y=18


이 연립방정식을 풀면 x=14, y=2

닭은 14마리, 토끼는 2마리입니다.


앞서 도입에 나왔던 문제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48-□=47-□=46-□=□


이 문제의 답은 하나가 아니에요. 여러 개입니다.  

(1) 48-[48]=47-[47]=46-[46]=0  

(2) 48-[47]=47-[46]=46-[45]=1

(3) 48-[2]=47-[1]=46-[0]=46

(4) 48-[3]=47-[2]=46-[1]=45

(5) 48-[4]=47-[3]=46-[2]=44


이 다섯 개의 답안 외에도 수많은 답이 존재합니다. 이 문제는 학생들의 등호 개념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출제됐습니다. 등호가 '같다'를 의미한다는 것만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실험참가자의 40%가 등호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등호의 반대말을 아시나요? 등호의 반대말은 부등호입니다. 등호가 같음을 의미한다면 부등호는 같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좌변과 우변이 같지 않고 어느 한쪽이 크거나 작다는 것이죠. 등호(=)를 처음 배울 때 부등호( >,< )도 함께 배운다면 개념의 혼선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등호와 부등호의 차이점은 이런 겁니다.


2 < x < 5 

부등호는 이렇게 수의 범위만을 알려주지만,


2 + x =3 이라고 하면

x=1일 수밖에 없어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합니다.


등호는 단지 계산 결과를 적기 위한 기호가 아니에요. 참이 되는 단 하나의 답을 찾아내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정답을 찾았을 때의 짜릿한 쾌감은 모두 등호(=)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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