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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19. 2021

Outro. 오징어게임에 관한 사족

<오징어 게임>에 관한 촌평




첫번째 게임 말미에 죽음의 위기에 처한 기훈이 자본주의 사회의 최약자 중 하나로 여겨지는 외국인노동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장면을 통해 작품의 주제의식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계급적 사고 속에서, 오로지 <수혜자>로만 여겨지던 인물을 <기여자>로 내세움으로써 계급적 사고의 지위를 흔들고자 하는 시도랄까.




사실 일꾼들과 병기의 공모가 처음 드러난 건 3화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그때 이미 일꾼과 병기의 공모 관계가 프론트맨의 주관 밖에서 벗어나는 일탈 행위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프론트맨이 주관하는 가운데 장기매매가 필요했다면 애초에 일꾼 의사를 기용했으면 되지 않았겠는가.




기훈에게 구슬을 모두 빼앗기기 전 일남은 자꾸만 옛 이야기를 하며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댄다. 본래 죽음 앞에 삶을 내어준 많은 이들은 현실의 비참함으로부터 달아나 늘 과거를 살아가는 법이다. 만물이 본질을 잃지 않았던 한때의 영광스럽고 따뜻했던 순간을 말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한다. 하이데거의 말 대로 그들은 현대 사회를 <고향 상실의 시대>로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왜 구슬을 빼앗아야 했을까. 이유는 하나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다면 구슬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건 없다. 가치도 없고, 내용도 없다. 다만 빼앗지 않으면, 죽는다. 이는 처절한 제로섬 게임이다. 내 구슬주머니에 5개가 추가로 들어오면, 상대방의 구슬주머니는 5개가 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지만 새로 창출된 가치가 아니다. 오직 옆사람의 주머니를 쥐어짠 결과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것을 뺏고 빼앗기는 그들의 혈투는 결코 자원의 총량을 늘려주지 못한다.




8화의 만찬씬에서 유독 도드라졌던 연출이 있다. 상우의 컷과 기훈의 컷을 번갈아 교차하며 드러내는 연출이 그러하다. 상훈이 고기를 썰면 바로 뒤이어 기훈이 고기를 써는 컷이 뒤따르고, 또 상훈이 와인잔을 손에 쥐면 기훈이 와인잔을 손에 쥐는 컷이 뒤따른다. 상우의 부정의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를 모방할 수밖에 없는 기훈의 연약함이 경쟁사회의 애잔한 비정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1화에서 기훈은 자신이 판돈을 건 말을 응원하며 경기를 관람한다. 이는 상우와 기훈의 게임을 관람하는 VIP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주체의 성질로 인해 전자는 도박으로, 후자는 투자로 분류되는 것이 일견 자연스러워보인다. 도박과 투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한국의 한 철학자는 그런 말을 하더라. 도박은 불법적 투자이고, 투자는 합법적 도박이라고. 이에 대해 벤야민도 한마디 보탠다. "자본의 핵심은 도박의 논리, 혹은 심리에 있다." 어쩌면 일남이라는 자본이 쾌락을 얻기 위해 게임장이라는 도박에 참가한 것이야말로 자본과 도박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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