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그림의 단어사전
'멍때리다'는 역시 비표준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멍때리다'는 나오지 않고, '멍하다'만 나오지요. 아직 공식적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포털 사전에는 정의가 실려있을 정도로 실릴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말이긴 합니다. 멍때리다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아마 '멍때리다'가 가장 유명해진 것은 한강의 '멍때리기 대회'가 유행하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에서 알음알음 쓰던 말이 뉴스에까지 등장하고 해외 언론까지 타기도 했으니까요.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2014년에 처음 시작한 멍때리기 대회가 올해까지 이어져서 2025 멍때리기 대회 신청을 현재 받고 있었습니다. 이 대회가 저작권이 있는 예술 대회라는 것도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들어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spaceoutcompetition.com/info
멍때리다의 표준어는 '멍하다'입니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
몹시 놀라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얼떨떨하다.
두 정의의 공통점은 모두 '정신이 없다(정신 차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멍때리다가 정신이 없고 정신이 나가있는 느낌인가요? 저는 멍하다와 다르게 멍때리다는 멍때리다만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단어가 만들어졌을 때 '멍때리다'는 부정적인 뉘앙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말하는 '영혼 없다'와 비슷하게 무언가 정신이 빠져있는 느낌을 비판하는 어휘로 쓰였지요. 그런데 멍때리기 대회의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멍때리다'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휴식'이나 '명상'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지요.
가만히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서 뭐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나 멍때리고 있어'라고 하면, 저는 왠지 부럽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 멍때림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리를 비켜주거나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에 정말 필요한 단어가 '멍때리다'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멍때리다'는 '뇌의 휴식'과 같은 말로 느껴지거든요. 우스갯소리로 요즘 사람들은 컴퓨터로 계속 일하다가 '좀 쉬어야지'라고 하면서 핸드폰을 본다고도 합니다. 핸드폰이든 컴퓨터든. 그리고 쉴 때 보는 책까지도. 사실은 우리의 뇌를 계속 활동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몰입하는 운동 등을 우리가 운동이면서 휴식이라고 느끼는 이유도 살짝이라도 '뇌를 쉬게 했다'는 게 포인트 같아요. 우리에게는 뇌를 쉬게 해 줄 시간이 너무나도 필요하니까요.
제가 왜 글을 써야겠다고 쌓아놓았던 수많은 글감들을 미루고, '멍때리다'라는 단어에 꽂혔나 깨달았습니다. 제 뇌가 좀 지쳤나 봐요. 이번 주는 밤잠을 자면서도 꿈을 많이 꾸었었는데, 자면서도 뇌가 조금 덜 쉬었던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오늘은 잠시라도 뇌가 쉴 수 있도록 함께 멍때려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