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그림의 단어사전
'산수는 첩첩하고 인가는 드문데'
라는 고전시가의 시구에서 '첩첩하다'의 뜻이 무엇일까요? 우리에게는 '첩첩산중'이라는 사자성어로 더 익숙한 단어이지요.
저는 국어 시간에 아이들에게 모르는 단어를 만날 때 쓰는 저만의 방법을 알려주곤 합니다.
"좋은 느낌의 단어인지, 나쁜 느낌의 단어인지" 추론해 보자고요. 특히 고전시가는 현대어가 아닌 단어와 한자어가 많으므로 저 역시 처음 보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작품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긍정부정 추론법 덕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지만, 국어 단어장을 영단어처럼 외울 게 아니라면. (영단어처럼 외워도 소용없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사전을 찾아볼 수 없고 기본적 어휘력과 독해력을 길러야 한다면 이 방법이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우리가 국어의 원어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지요. 문맥에서 추론이 가능하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첩첩'은 긍정적인 뜻일까요? 부정적인 뜻일까요?
정답은 '부정적'뜻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찾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첩첩 [명사/부사]
명사
1. 여러 겹
부사
1. 여러 겹으로 겹쳐있는 모양
2. 근심, 걱정 따위가 많이 쌓여 있는 모양
3. 어둠이 짙게 내리 덮은 모양
단순히 는 여러 겹이라는 뜻이지만, 이 단어들이 확장을 거치며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요. '여러 겹'이 '많이 쌓인'으로 또 '짙게'로 확장되며, 부정적 속성이 강하고 두터운 느낌이 됩니다. '산수가 첩첩한' 것도 자연이 푸르고 울창한 것보다는, 나무가 빽빽하고 산세가 험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요.
저도 요새 여러 가지가 첩첩합니다.
우리 아이들 공부와 인생 걱정도 첩첩.
제 건강과 가족 건강 걱정도 첩첩.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쓰기도 왠지 첩첩.
미래도 첩첩한 느낌이거든요.
결국 답은 여러 겹이면 한 겹씩, 한 꺼풀씩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첩첩함을 단번에 벗어나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겠죠.
첩첩함 속에서 또 글로, 일상으로 하루를 잘 버텨봅니다. 첩첩한 일상이시라면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보아요. 걸음 떼기 힘들다면 가만히 서서, 앉아서 함께 해보아요.
쌓아가는 매일매일을 통해 한 겹씩 가벼워지는 중일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