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그림의 단어사전
개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학에 대한 글에서 '집중을 되살리는 휴식과 회복', '배움 대신 익히는 기간'이라는 의미를 제시했었습니다. 제 방학은 어땠는지 한 번 되돌아봅니다.
'집중을 되살리는 휴식과 회복'은 나름 충분히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학이라고 생각하면 항상 아쉽긴 하지만, 이번 방학은 특히 충분히 쉬는 기간이었습니다. 일정도 특별히 없이 주로 집에 있었거든요. 그냥 늘어지기만 한 게 아니라 운동과 산책도 꽤나 하고, 책 읽기와 글쓰기로 마음도 되살렸으니 지금까지 있었던 방학 중에는 그래도 알차게 쉰 방학이라고 스스로 만족해 봅니다.
그리고 '배움을 쉬고 익히는 기간'이라는 것도 나름 잘 실천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느낀 점, 삶에서 느낀 점들을 책 읽기와 글쓰기로 다듬는 기간이었습니다. 모든 배움을 소화하지는 못했고 아쉬운 부분들도 많이 남지만, 그래도 마음에만 담겨있던 부분들을 많이 풀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개학(開學)[명사]
학교에서 방학, 휴교 따위로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수업을 시작함.
개학에서 '개'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당연히 '開(열다 개)'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改(고칠 개)'일까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방학 동안 스스로 익힌 부분 중 미흡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 '배움(學)'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의 장점이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개'는 '열다'의 의미였는데요.
인터넷에 '열다'를 찾아보면 두 가지 표제어가 있고, 열다 2(開)의 의미는 매우 다양한 다의어로 쓰입니다.
열다 1 [동사]
열매가 맺히다
열다 2 [동사]
1. 닫히거나 잠긴 것을 트거나 벗기다.
2. ~~ 을 시작하다
3. 관계를 맺다 예) 조선은 청나라와 국교를 열었다
열다 1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뜻 개학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방학 동안에 열심히 익혀 다양한 열매를 맺은 것도 상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학습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어떤 열매를 맺어왔을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열다 2도 정말 다양한 의미가 있었지만,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열다 2-1은 닫히거나 잠긴 것을 여는. 창문을 열고 봉지를 여는 이미지의 '열다'입니다. 닫히거나 잠겼던 것을 여는 것. 우리는 무엇을 방학 동안 닫고 잠그고 있었을까요? 2-3과 연결해 보면 학교에서의 다양한 관계를 잠시 닫고 잠그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방학 동안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잠시 멀어졌던 관계를 연결하는 기간이 되기도 했지만, 3달간 어쩌면 가족보다 더 긴 시간 함께하던 관계를 잠시 멈추고 있었지요.
1학기 때의 관계가 연결된다고 생각도 하지만, 생각보다 관계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그 관계가 똑같이 지속되는 것은 없습니다. 같은 관계라도 조금 느슨해지기도, 더 깊게 결합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들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전학생이나 전입생이 생겨서 인원 구성도 달라지고, 고등학교는 선택 과목의 변경이나 선생님들의 사정에 의해 2학기때 새롭게 만나는 선생님도 생깁니다. 똑같아 보이지만 약간은 다른 '변주'가 일어나는 학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이 어떤 하모니를 이루어낼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혹시나, 학(學)도 습(習)도 꽁꽁 닫고 잠가두었다가 여는 '개학'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도 좋습니다. 어쨌든 계속 닫고 잠가두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앞에서는 여러 방향에서 '개학'의 의미를 살펴보았지만, 당연히 '개학'에서 '개'는 열다 2-2의 의미일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 제가 요약해 온 것이지만, 열다의 의미를 보면 다양한 것에 대한 2-1의 열다 보다는 '시작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회의를 시작하다, 영업을 시작하다, 운영을 시작하다,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고 시작하다, 이야기를 시작하다 등 '열다'는 '시작하다'의 의미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 밀려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좀 더 많아서 요 며칠간은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또 막상 개학을 맞이하면 또 익숙한 일상을 함께 달려가겠지요..?
개학을 너무 슬퍼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글을 써보았습니다. 결국 '시작'이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에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작. '개학'이라는 데 집중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매일매일이 항상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걱정할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학 후에도 여전히, 역시, 알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