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부분 글의 조회수가 10회 미만인 제 네이버 블로그의 글 중에 750회가량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글입니다.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으니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숨겨버릴까 고민되기도 하는 글이지요.
통계를 보면 대부분 '어질다 뜻'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들이 읽어주시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어질다'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찾아본다는 데 좋은 의의가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며 오늘의 글을 나눕니다.
공자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나오는 것이 '仁(어질 인)'입니다. 한문 공부를 하면서 '어질 인'이라고 외웠지만, 어질다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외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질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막연하게라도 주변에 어진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면 잘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어질다'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질다의 대명사로는 집안 내의 갈등에 대해 '모두가 옳다'는 현명하고 다정한 말을 했다는 황희 정승이 떠오르고,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신사임당도 생각납니다. (요즘 시대에는 현모양처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긴 하지만)
의미 요소로 생각한다면 뭔가 '착하고 선하다', '현명하다(착하지만 호구는 아니다)', '순하다(거칠지 않다)', '차분하고 안정되어 있다' 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질다는 다음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어질다 :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
제가 생각한 의미 요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착하면서도 슬기로우니 호구는 아니고, 똑똑하면서도 여유 있고 차분하며 너그럽고 착한 사람. 덕이 높다라는 것도 어찌 보면 좀 막연한 표현이지만, 현명함과 어짊을 인정받는다는 의미와 함께 자신만의 선을 실천해 나가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가치들을 한 번에 모아 놓은 단어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요새 읽고 있는 논어에서 (청소년 논어. 김영진 엮음)에서는 중국의 한자사전 <<설문해자>>의 한자 풀이 역시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도 흥미롭습니다.
" 인은 곧 친(親)함'이라고 풀이하고, 글자의 형태는 사람 인(人)과 두 이(二)로 이루어져 있다. 즉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다. "
왜 사람 두 명이 만나면 서로 친해야 하고 사랑해야 할까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공자도 제자인 번지가 '인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맹자 역시 '인'은 사랑이라고 규정했으며, 도가의 장자나 한비자 역시 인을 설명하는 표현에 '사랑'을 포함했다고 합니다. '인'의 핵심 요소에 '사랑'이 있는 것은 확실한가 봅니다.
생각을 거듭하니 순간 '아하!'하고 깨닫습니다. 국어교사인 제가 중세 국어 수업을 할 때 자주 설명하는데, '사랑하다'는 고전 문헌에서 '생각하다'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왜 생각하다로 쓰이던 말이 사랑하다는 의미로 확장되었을까요? 타인을 많이 생각하게 되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친하게 되지 않을까요? 자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깨닫는 것도 자꾸 나의 시선, 생각, 마음이 그 사람을 향해 가는 순간이니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생각과 사랑이 한 대상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 자체까지 나아간다면...?
공자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어짊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작은 연인, 가족, 자녀에서 시작하더라도, 주변인으로, 내가 속한 집단으로, 나라로, 세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그게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어짊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요즘 인물 중에 '어진' 사람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훌륭한 분들이 많음에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세상을, 사람을,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같은, 예전처럼 모두의 존경과 우러름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기도 하지만, 저는 꿈이 '현모양처'라고 소개하던 초등학생이었고, 꿈이 '성인군자'라고 소개하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결국 막연하게 제가 꿈꾸었던 것은 '어진'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은 사람.
이 정도라면 제 인생 목표를 '어진 할머니 되기'로 바꾸어야 되나 싶기도 합니다.
어진 사람이 되는 첫걸음.
마음공부, 삶 공부.
그리고 매일의 실천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어짊'을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