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순환

느리게 읽기 1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by 예그림

오늘은 네 번째 축(장) '맥락으로서의 자기'의 마지막 챕터입니다. 오늘 내용에서 가장 와닿았던 단어들을 모아서 제목을 만들어 보았다. '사소한', '순환',


오늘의 글뿐만 아니라 마음 치유나 회복을 위한 글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큰 행복, 불행에서 벗어나기 등보다 일상의 행복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일상의 행복이라는 게 어쩌면 너무 흔하게 널려있고, 너무 당연하고, 너무 사소해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매일을 나름 알차게 보낸 방학이었지만, 개학 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스크린타임 8시간 정도를 보며 누워서 스마트폰 하는 하루를 보냈다. 딱 하루를 그렇게 보냈을 뿐인데.. 손목이 나가서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다. 어깨도 뻐근한 것 같고. 나이가 들어가면 오래 누워있는 것도 쉽지 않구나 씁쓸해졌다.

손목만 나아서 핸드폰 보고 세수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면 행복할 텐데... 하다 보니. 내가 손목이 아프지 않았던 날들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너무 당연하고 사소한 거라서 그런 것에 감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하고 많이 추천하는 것이 '감사 일기'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나도 주변사람들도 아프지 않은 평범한 하루, 방학 내 아프거나 다친 사람 없이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들. 무더위를 식혀주는 비. 평범한 하루를 지루해하고, 개학을 슬퍼하고, 비 와서 습하다고 투덜댔던 것이 문득 부끄러웠다.



이런 '사소함'들은 결국 모두 나의 삶, 나의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어진 삶과 맥락 안에서 어디를 보고 무엇을 볼지 역시 우리의 결정이다. 잠시만 환기하고, 잠시만 바라보아도 행복 요소가 이렇게 많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특히 책에서는 '사소함'을 넘어서 '순환'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한다.




치료적 관계에 부적절하거나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혹은 다른 의도를 담아 전하는 선물은 용기를 내어 거절하지만, 고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따뜻함이 담긴 선물은 늘 반갑다. 그들은 내게서 치유를 얻었을지 모르나, 나 역시 매일같이 집과 좁은 진료실, 방과 방을 왔다 갔다 하며 느끼는 고독감을 치유받는다.

그 치유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나름대로 길을 떠올리며 공부든 진료든 매진한 마음이 그리 헛되지는 않았다는 믿음. 이는 다시, 나를 찾는 모든 이에게 더욱 성심을 쏟게 하는 힘이 된다. 작은 의원 진료실에서 당사자들은 모르게 오고 가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힘의 순환이다.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p. 179.



'선순환'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또 이야기하는 것은 돈을 내고 치료를 받고, 돈을 받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약을 처방해 주는 그런 삭막한 관계일 수도 있지만 , 일반적인 사람은 관계를 이어나가며 서로 '닿아있다'라고 표현한다. 서로 닿아서 상대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보내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순환하고, 그 기운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순환'하면서 엄청 거대한 힘이 된다. 내가 그에게 받은 에너지를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나에게 받은 에너지를 직장 동료에게, 직장 동료가 배우자에게 받은 에너지를 본인의 자녀에게, 자녀가 자신이 받은 에너지를 또다시 부모님에게.... 에너지의 선순환 연결고리는 이렇게 흘러가서 우리가 말하는 일상을 구성하는 게 아닐까?


결국 우리가 쉽게 말하는 '일상'이라는 것은 사실 하나도 '사소'하지 않다.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말은 틀렸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일상의 순환을 느끼며, 그 안에서 에너지를 받고 행복을 찾고 나누어야 한다.



주변에 긍정적 에너지 하나만 전하더라도, 그게 순환 고리를 타고 몇 배가 되어서 나에게 돌아오리라 믿는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긍정의 기운을 전달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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