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과 가구, 시스템 에어컨 교체와 인테리어를 합한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예산을 벗어난 건 이미 오래전이었다. 화장실도, 올인테리어도 생각지 않았던 내가 확보한 인테리어 시한은 3주였다. 다행히 업체들은 3주에도 가능하다고 했고, 이제는 정말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고민이 계속되던 밤, 호적메이트가 조용히 말했다.
“인테리어 하지 말자, 난 그래도 괜찮아. 진심이야. 너만 괜찮다면 그냥 살아도 돼 나는.”
예쁜 집에 살지 않아도 된다고, 예쁘자고 그 금액을 쓰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진지한 고백이었다.
“그냥 도배랑 바닥만 하고, 주방만 쓰기 편하게 하면 어때?”
내가 물었다.
“새로 한 부분이랑 낡은 부분의 톤이 안 맞으면 어떡해?”
“우리가 언제부터 집의 톤을 맞추고 살았어?”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 집 현관에 ‘디딤석’이 있다는 것도, 그 색이 혼자 튄다는 것도 나는 이번 인테리어 미팅 때 처음 알았다.
주방 필름 무늬가 얼룩덜룩하다는 것도, 안방 벽지에 펄이 들어갔단 것도 전혀 몰랐다. 그전엔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맞지 않을 톤이 자꾸 신경 쓰였다. 어느새 나는 ‘톤이 맞지 않는 집에서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빨간 알약을 이미 삼킨 것이다.
실용만을 좇던 가치관이 “예쁨”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잠시 이어진 침묵 끝에 내 의견을 전달했다.
“아니, 난 안 될 것 같아. 그냥 인테리어 하자. 나도 예쁜 집에서 살아보고 싶어졌어.”
이제, 못 먹어도 고다.
예쁨을 향해 본격적으로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