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철거와 바닥 철거가 지나고 인테리어 3일차, 화장실 철거를 하는 날이었다. 아침일찍부터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이 시점부터 굉장히 많은 통화를 하게 된다. 전화를 받자 대표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객님! 큰일 났습니다!"
평소, 말도 없고 캄(calm)한 대표님의 호들갑에 갑자기 등뒤가 서늘해졌다. 큰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인지 오싹했다.
"...왜..왜요! 뭔데요!"
"화장실 천장만 철거했는데 타일이 다 털렸어요."
"네? 타일이 털렸다고요?"
어리둥절했다. 타일이 털렸다는 게 무슨 말이지? 인테리어 업자도 보고 갔던 그 튼튼한, 덧방을 앞둔 나의 화장실 타일이 털렸다는 건가? 왜 털리지 그게?
그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네, 덧방은 불가능할 것 같고요. 철거를 해야 할거 같아요. 근데 고객님 같은 경우 공사 시일이 정해져있어서.. 그 시간을 맞추려면 타일을 다시 고르셔야 할 것 같고요. 덧방이 아닌 철거로 진행해야 하는데..."
계속 이어지는 대표의 말은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었다. 어쨌든 요는, 시일이 정해져있는 일정이기에 최대한 시일에 맞추려면 300*600타일을 600*600타일로 바꾸고 다시 골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호..혹시 일정은 맞출 수 있을까요??"
"네…. 노력해볼게요. 어떻게든 하면 돼요. 일단 고객님…. 타일을 다시 고르셔야 하니까…. 고객님 지금 어디세요?"
"네? 지금요? 왜요? 아.... 설마.. 타일 가게로 오라는 거예요?"
"네.. 그러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저도 곧 떠날 테니 타일 가게에서 만나요."
내가 프리랜서인 게 얼마나 감사한 순간이었는지, 카페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노트북을 접고 타일 가게로 달렸다. 그렇게 약 30분 후, 타일가게에서 만난 우리는 함께 타일을 골랐다. 화장실 두 칸 중 한 칸은 어둡게 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접고 대세를 따랐던 나는, 이번에는 원래 마음대로 어두운 진회색 타일로 골랐다.
얼떨결에 타일을 고르고 나오는데, 얼떨떨한 와중에 실없이 웃음이 났다.
인테리어를 하며 가장 고민했던 게 화장실이었고, 일정이 3주로 픽스된 것도 화장실 때문이었는데..
덧방을 하냐, 철거를 하냐, 그 골머리를 싸맸는데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집 타일은 탈탈 털려버렸고, 덧방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양쪽 화장실을 다 철거했고, 전부 방수를 다시 싹 바르고 600각 타일을 시공하기로 했다.
안방 화장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300*600타일을 골라놓고도 찝찝했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마음이 개운했다. 타일도, 내 멘탈도 탈탈 털린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개운했다.
머리 싸매서 고민해봐야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딱 인생과 같았다. 흐름에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살 것을, 뭐하러 그 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보냈나. 다시 한번 깨닫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