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묵묵하고 가벼운 것의 힘 2

by 김다지

단순하고 묵묵하고 가벼운 것의 힘은, 내가 대표님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이었다.

길게 고민하지 않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단순하게 묵묵하게 살아내는 것이 가진 힘.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주어진 일들을 해낼 뿐이었다.


내가 예쁘게 본 부엌 가구의 질감이 있다고, 그걸 하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부엌 가구를 고를 때야 알았다. 바쁜 일정 중 시간을 내서 그는 직접 그걸 보러 다녀왔다.

그리고 본인이 해줄 수 있는 가구 중 그와 가장 비슷한 걸 추천했다.

그걸 보러 다녀왔냐니 그렇다고 했다.

아무 생색도 내색도 하지 않지만 사소한 말이라도 놓치지 않고 듣는다.

왜 얘기 안했냐, 티를 좀 내라 하니 그저 씩- 웃고 만다.


그는 이렇게 많은 부분을 배려해주고 헤아려줬다.


공사현장에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변수들을 알아서 해결하고

그다지 어필도, 말도 하지 않았다.


공정이 겹쳐 공정별 사장님들이 쏟아내는 불만도 그는 묵묵하게 받아냈다.

가끔은, 애교를 부리며 상황을 무마하기도 했다.

언제나 한결같이 똑같은 모습과 표정으로 공사현장에 나타난다.

이깟 난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저 자기가 맡은 바를 해낸다.

그다지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일을 하는데 있어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나는 지나치게 뜨거웠고, 열정적이었고, 예민했고, 집착했고, 개복치가 따로 없었다.

끈적거렸고 고민도 많고 깊었고, 애정을 퍼부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았다.

몇 년 전에 함께했던 연예인도, 티비에서 얼굴만 봐도 반가울 정도로 그렇게 하나하나 애정을 쏟았다.


그런 나에게 선배가 했던 말이 있다.


"100m 달리기 하듯 일을 하면 오래 못해, 마라톤하듯 해야지.

힘을 좀 빼고 천천히 오래 달릴 준비를 해보는 건 어때?"


'열심히'가 전부였던 당시의 나에겐 와닿지 않는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선배는 마라톤을 하듯, 방송일을 꾸준히 오래하고 있고,

모든걸 다 불태운 나는 장렬히 전사해 방송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인테리어를 하며,

단순하고 묵묵하고 가벼운 것의 힘을 배웠다.


그처럼 일을 했다면, 나도 여전히 여전했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나와 정반대의 태도로 일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

그것 역시 나를 부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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